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학자 기념일.
지금이야 제 헤어스타일이 정갈한 모습이지만 실제로 5년 전만 해도 머리 길이가 허리까지 내려왔습니다. 나름 이유는 있었습니다. 어린이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모발 기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염색, 파마를 하지 않고 25센티 이상을 길러야 합니다. 길러보신 자매님들은 아시지만 그 정도 기르려면 짧은 상태에서 2-3년은 족히 걸립니다. 제 입장에서 일일이 말하기도 그렇기에 말하지 않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좋게 생각하지 않지요. 지저분하다고 여깁니다. 그중 있었던 일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30년간 영성담당이시며 교수이며 학장까지 지내신 예전 주임신부님께서 신학교에서 가서 점심을 드시게 되었습니다. 그 식탁에는 현재 학장 신부님과 업무차 오신 예전 춘천 교구장이신 김운회 주교님. 이렇게 3분이 모여 앉으셨답니다. 식사 하시던 도중 갑자기 학장신부님께서 제 이름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거~ 곽 신부 머리가 그게 뭡니까? 좀 자르라고 하세요..” 그 말씀 이해 갑니다. 제 후배들도 저처럼 살까봐 학장으로 걱정이 되셨겠지요. 그러자 주임신부님은 이렇게 대응을 하셨습니다. “나는 지금 신학생이랑 사는 게 아니라 신부랑 사는거야!!” 개인적으로는 감사하지만 분위기는 싸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순간 이를 지켜보던 김운회 주교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근데 말야...내 비서는 빡빡이야”.. 물론 주임 신부님도 저의 용모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분이 내색 하나 없이 저와 살아주고 계신 연유는 무엇일까? 헤아려보았습니다. 아마도 본인의 주관에서 사람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고자 하는 마음은 아닐까 하였는데요.
오늘은 대 그레고리오 교황학자 기념일입니다. 베드로부터 지금까지 교황님 중에 교황 앞에 ‘Magus, 대(大), 위대한’ 이란 존칭이 붙는 교황님은 440년 경에 계셨던 레오 교황님과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604년에 돌아가신 그레고리오 교황님 두 분 밖에 안 계신데요. 특히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선출될 때 이제까지 유례없는 만장일치로 선출되신 분이십니다. 이론보다는 실천적이시면서 세상에 밝으시고,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 중의 종’ 이라 표현하실 정도로 영성이 대단하셨습니다. 과연 사람들에게 이토록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분 삶에서 풍겨 나오는 품위가 사람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셨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오늘 독서에 나옵니다. “하느님의 영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하느님의 생각을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 안에는 많은 사연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사연들을 얼마나 헤아려 주고 계십니까? 우리도 따스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