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4주간 목요일
가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마음이 중요하지, 겉치레가 중요한가?’ 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지요. 그 마음이란 것도, 제대로 갖추는 꼴을 만들지 못하면 그냥 허물어지는데요.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요.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는 말처럼 사람은 편한 것을 추구합니다. 불편한 거 거추장스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거추장스런 꼴이 우릴 살려주는데요.
오늘 말씀은 좀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독서는 “모세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복음도 사도가 파견되면서 해야 할 일들을 이르십니다. 사실 규칙은 처음부터 별로 없었습니다. 괜한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별별 일이 벌어집니다. 가끔 교회에도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어릴 때 세례 받은 사람이 쭉 성당에 나오지 않고 청년과 성인으로 자라다가 예식장에서만 결혼을 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생겨 세례를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문제는 본인이 혼인장애에 걸린 것을 그제야 압니다. 성체도 못 모시고 고해성사도 못한다는 것을요. 친정엄마가 신경 써주지 않았던 것이죠. 그제서야 부랴부랴 서류를 꾸미고 면담을 합니다.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교회는 2천년간 결혼하면서 벌어진, 가정에서 벌어진 것을 다 보아왔습니다. 사랑 없는 결혼, 부모간의 정략결혼, 조건이 깔린 결혼, 친족지간의 결혼 등 별별 결혼을 다 봤기에 조사를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결혼인지 살펴야 성사생활이 가능하니까요. 이런 이유는 깐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된 질서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100년 전에 토마스 아퀴나스를 연구한 앙토냉 세르티앙쥬 신부는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기억을 용이하게 할 것인가?’ 에 4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① 기억하려는 각 대상들의 계통과 연쇄를 순서대로 정돈하라. ② 기억하려는 것을 집중하고 반복해 되내어라. ③ 사람은 자꾸 잊어먹기에 기억하려는 것을 자주 생각하라. ④ 기억하려는 것을 마치 사슬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연결된 것을 파악하라. 기억도 방법도 필요한데 신앙인의 삶도 규칙이 있는 것은 당연한게 아니겠습니까? 규칙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런 규칙이 나를 살리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