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유명한 시 정현종의 방문객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한 인물을 알아본다는 말은 과연 어떤 뜻일까요?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상착의를 뛰어넘는 말인데요. 여러분은 한 사람을 어디까지 눈여겨 보실 수 있나요?
오늘 멀리서 3명의 동방박사가 주님을 찾아옵니다. 역사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그들의 신분은, 그리스도의 신성을 믿기에 온 것이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들고 온 선물을 보노라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선물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게 아니지요. 받는 분에게 합당한 것을 드리는 것이 예절입니다. 그래서 주님이 왕이심을 상징하는 황금, 신성과 제사장임을 뜻하는 유향, 시신에 염할 때 쓰는 몰약을 통해 그분의 앞날까지 내다봅니다. 그들은 별을 보고서 그 사실을 알았고요. 이제 기꺼이 아기인 그분께 바치는데요.
가끔 우린 내가 갖고 있는 것의 가치를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미 갖고 있음에도 잊고 있다가 다시금 어렵게 구하곤 합니다. 이것은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이죠.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지만 사소한 이유로 떠나보냈다가 다시금 그리워하는 사태를 보노라면, 어쩌면 우린 참된 진가(眞價)를 못 알아보는 까막눈은 아닐까? 보게 됩니다.
우린 신앙인입니다. 단순히 인간적인 시각의 관점에서 벗어나려면 그 너머의 시야를 밝혀야 합니다. 마치 제자들이 예수님을 구세주로 알아본 것처럼,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희망을 걸었던 것처럼, 오늘 동방박사가 멀리서 어렵게 찾아온 것처럼, 우리도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고 있는지요? 아니면 반대로 헤로데처럼 자기 인생에 있어서 방해꾼으로 여기거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별 의미없는 분으로 여기시는지요? 이렇게 볼 줄 아는 시야가 어디까지인지를 살펴볼 때 내가 참된 가치를 과연 아는 사람인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