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2주간 목요일.

2023. 11. 16. 오후 5:28:14

글자

연중 32주간 목요일. 지혜 7,22-8,1; 루카 17,20-25

 예전 다산 정약용이 유배를 가 있던 강진에서 집주인 노파와 말을 나누다가 질문을 해옵니다. 선생은 책을 읽은 사람이니 이런 뜻을 아시는지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는 똑같고, 더구나 어머니가 오히려 애쓰는데도 성인들이 교훈을 세우길 아버지를 중히 여기고 어머니는 가벼이 하며, 성씨도 아버지 성을 따르게 하였고, 옷을 입을 때도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한 등급 낮게 하였습니다. 아버지의 혈통으로 집안을 이루게 해놓고 어머니 집안은 도외시 했으니 너무 편파적이 아닌가요?’ 여기에 정약용은 책에 보면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셨다라고 했기에 옛날 책에는 아버지가 자기를 처음 태어나게 하신 분으로 나와 있소. 어머니의 은혜도 무척 깊기는 하지만 하늘의 으뜸, 탄생하는 근본의 은혜가 더 중요한 탓일 겁니다 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노파는 좀 있더니 그건 선생의 말이 옳지 않습니다. 풀이나 나무를 예로 들겠습니다. 아버지는 나무나 풀의 종자입니다. 어머니는 나무나 풀로 보면 토양입니다. 종자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그 베풂이 지극히 미미한 것이지만 부드러운 흙의 자양분으로 길러내는 토양의 은공은 대단히 큽니다. 밤의 종자가 밤나무가 되고, 벼의 종자가 벼가 되는데 그 몸 전체를 이루는 것은 모두 땅의 기운입니다. 결국 나무나 풀의 종류는 본래 씨를 따라서 나뉘게 되는 것이니 옛날 성인들의 교훈을 세워 예를 정한 것은 이런 이유인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정약용은 흠칫 놀라고 깨달아 공경하는 마음이 일었답니다. 천지간에 지극히 정밀하고 오묘한 진리가 밥 파는 노파에게서 나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며 말입니다.

 요사이 지혜서를 읽고 있습니다. 지혜의 속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학교에서 배운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성적 좋은 사람이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도 나오지 않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하느님의 정신 안에 머물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게 지혜입니다. 평상시 평범한 이들이건만 그들의 삶에서 깨닫고 체득한 것이 갑자기 앞서 예처럼 나오는데요. 무릇 우린 주님을 공경하고 모시는 이들입니다. 복음처럼 하느님 나라는 여기에 있다, 저기에 있다는 차원이 아닌, 당신과 머물 때 얻어지는데요. 알렐루야에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를 때말입니다. 당신 안에서 살아야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