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의 날. 둘째 미사
어릴 때 시간은 더디게 흐르듯 지나가고요. 어른이 되어서는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그런 세월을 보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무엇이 보이십니까? 사실 물리적인 시계 초침의 작동은 똑같았지요. 그러나 변한 것은 우리였습니다. 나이가 들었고요. 생각이 변했고요. 예전처럼 몸이 움직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 는 말을 공감하며 이제 무엇을 붙잡아야 하겠습니까?
그동안 공부를 해왔었지만 여전히 배워야 할 것과 닦아야 것은 너무 많고요. 그 깊이와 너비를 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며, 오늘도 뭔가 계속 해야 하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는 인간의 숙명을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어떤 때는 허세도 있었지만 이제 지나면서 나 자신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절망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주님께서 불러주셨기 때문입니다. 한때 세상에서 알려준 것이 전부인 양 여겼었고, 이를 불나방처럼 쫓았지만 그것이 항상 나를 살려주진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라는 고백처럼 당신은 부족한 저를 불러주시고, 함께 하시면서 기쁨을 누리게끔 배려해 주셨습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하며 서로의 공감과 나눔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이 저지른 나약함을 인간을 만드신 분께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하시며 정리하는 모습에서 ‘참다운 어른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비록 현실에서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파멸로 여겨지지만” 우리가 주님의 길에 동참하면서 영원함을 약속하시고 안겨주셨음을 믿게 되었기에 우린 희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가신 분들은 그것을 믿었기에 당신 품에 안기셨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머무는 분이 있다면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고요. 여기 있는 우리 또한 당신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처럼 그렇게 당신의 길을 잘 따라가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