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벌써 한가위입니다. 추석입니다. 우리가 농산물을 거두지 않고 사먹기에 휴일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결국 하느님이 주신 한 해 동안 무엇을 수확하셨나요?
며칠 전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명동성당에는 요일마다 고해성사를 주는데요. 그날은 성직자, 수도자만 해당된 날이었습니다. 기다리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그런가? 하니 그날은 성직자, 수도자 대상이기에 담당 신부님이 꼼꼼히 봐주시는 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담담히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올해 무엇을 하였던가?’ 라고요. 다 아시듯 올해는 날씨가 안 좋았습니다. 비가 기록적으로 많이 내렸고요. 날도 습하게 많이 더웠습니다. 게다가 인명사고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작황이 안 좋았기에 물가도 뛰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오늘이 왔습니다. 계획은 세웠지만 예상과 다르게 흘렀던 날을 보며 결국 무엇을 움켜쥐어야 할까?를 바라봅니다. ‘우린 결국 무엇을 가져야 할까요?’
여러분은 거울을 보십니까? 단순하게 씻을 때만, 화장할 때만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거울 안에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게 해줍니다. 모두들 처음부터 그 얼굴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변화와 함께 내 마음에 가득 찬 것이 흘러 나오는데요. 그것이 보이시는지요?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차원이지만 그 안에서 우린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나름의 계획을 세웠지만 내 생각대로 흐르지 않는 경우에 대해 대처해야 하고요. 나와 많이 달라진 가족과 식구들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부터, 연로해지셨기에 쇠약해지신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다시 잡아야 하고요. 가족 간의 얼마 남지 않게 된 연결고리를 잘 붙잡아가야 하는데요. 무엇이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요. 재배한 농수산물이 수확을 하기까지 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하듯, 우리 남은 가족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결정도 그 시대에 맞게 따를 때, 후회 없는 삶이 되겠지요. 좋은 시간 되시길 빕니다. 내게 남은 시간을 잘 대하고, 이미 떠나신 분들을 기도해드리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