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0주일. 이사 56,1-7; 로마 11,13-32; 마태 15,21-28
믿음이란 무얼까요? 과연 하느님을, 예수님을 제대로 믿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많은 경우 이런 문제에 대해 별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해온 데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이런 문제에 답한다는 자체가 머리 아프구요. 지금 이런 내 모습이 친숙하니까, 굳이 답을 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답답합니다. 가끔 이런 질문이 치밀어 오르니까요. ‘내가 아는 하느님의 모습이 이게 전부일까?’ ‘해온 데로만 하면 아무 문제 없는 걸까?’ 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으니까요. 여기서 이런 문제에 봉착합니다. ‘세례를 받았는데 또 다시 의심하면 문제 생기는 것은 아닐까?’ 라고요. 하지만 의심하는 게 꼭 나쁜 일일까요? 오히려 의심은 내가 가져온 사고방식을 정화시켜주고요. 그동안 해온 인간적인 방법이 꼭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경종을 울려주는데요. 우린 몸부림을 쳐보지만 결국 주님에 대해 다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에 걸려 넘어집니다. 여기서 신앙과 의심하는 불신앙을 반대 개념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런 의심과 불신의 가시 돋힌 질문이 오히려 내가 무엇을 믿는 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오늘 2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왔지요. “여러분도 전에는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불순종 때문에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 의심과 불신은 오히려 신앙을 깊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대로 믿고 있었는 지 보게 해주는데요.
신앙의 뜻이 뭘까요? ‘하느님의 계시를 진리로 인정하는 초자연적인 태도’입니다. 하느님의 메시지가 참이냐, 그릇된 것이냐?로 판단하는 자세는 인간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인간적인 의지와 감각을 뛰어넘으시기에 인간의 생각으로 다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걸 믿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시련이나 힘듦이 다가오면 우리 마음은 닫힙니다. 아무 것도 믿고 싶지 않고, 믿을 것이 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슬픔은 우리의 마음을 닫게 만듭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 슬픔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는걸까?’ 여기서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방식을 살펴봅니다. 위에서 군림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몸소 세상 슬픔 속으로, 괴로움 안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시면서 우리의 죄를 짊어지시는 방식을 취하셨습니다. 이제 이런 것을 알게 됩니다. ‘그분은 내게 버팀목이 되어주신다’ 는 사실을요. ‘흔들리는 내가 단단히 서도록 토대가 되어주심’ 을요. 복음에 나온 가나안 부인은 예수님에게서 뭘 보았기에 그토록 낮은 자세를 취해가며 얻으려 들었을까요? 자기 자존심을 다 구겨가면서요. 그녀는 알았을 것입니다. 본인이 목을 뻣뻣이 세울 상황이 아니라는 걸요. 그러니 빌 수 밖에 없었지요. 우리도 나의 상황을 들여다 봅니다. 믿고 있음과 불신하고 의심하는 사이에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여기서 이런 것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못미더워하는 사람들 안에서 무언가를 하신다는 사실을 말이죠. 주님께서 사람들 가운데 오셨을 때, 모두 따르며 좋아라 하진 않았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한편 이런 것은 알게 되었지요. 결국 당신이 하신 일의 결과가 모두를 살리는 길이었음을요. 그분으로 인해 모두에게 살 길이 열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역사가 2천년 째 이어지잖습니까? 그분의 가르침이 윤리적으로 문제 되는 것이 있습니까? 모두를 정의와 사랑으로 이끄는 가르침이잖습니까? 다만 내가 흔들리고 있을 따름인데요.
사랑하는 인헌동 교우 여러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라는 시 구절이 있지만, 문제는 그 꽃도 피어있는 시간에만 흔들립니다. 다 지고 떨어지면 흔들릴 것도 없지요. 시간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뜻도 됩니다. 혹시 이런 적이 있습니까? 살까? 말까?를 주저하다가 남이 사버려 얻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마음에 둔 사람을 보며 고백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경험은요? 당신은 영원하시지만 우린 시간과 공간의 한계에 놓여있습니다.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깊이 숙고하시되, 행동은 과감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