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4주간 수요일.

2022. 11. 23. 오전 8: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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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4주간 수요일. 묵시 15,1-4; 루카 21,12-19

 살면서 가끔 위기가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요. 소나무의 푸르름은 하얀 눈이 내린 겨울이 되어 봐야 안다라고요. 좋은 계절에는 다른 나무들이 싱그럽게 푸른 잎을 갖고 있으니 소나무가 어떤 지 모릅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고 다른 나무가 잎을 다 떨구고 게다가 휜 눈까지 왔을 때, 홀로 푸른 잎 색깔을 내는 소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를 알 수 있다는 건데요.

 제게도 그런 체험이 있습니다. 다른 본당에 있을 때 일입니다. 한 청년 단체가 제게 질문이 있답니다. 그래서 그럼 단원 숫자도 많고, 저도 준비를 해야 하니 질문지를 먼저 달라고 했습니다. 나름 준비를 하려 했던 거죠. 하지만 당일날까지 질문지는 제게 주어지지 않았고, 그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좀 기분이 언짢긴 했습니다. 제가 준비할 여지를 주지 않았으니까요. 이어 질문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제 입에서 저도 모르게 답이 술술 나오고 있었는데요. 게다가 반박도 못하는 그런 장면이 연출되어 저도 속으로 이거 참 놀랍다할 정도로 말이죠. 그런 모든 것이 그렇듯 준비대로, 예정대로만 되어가진 않습니다. 그러기에 준비를 해도, 당황스런 일은 벌어지기 마련인데요.

 오늘 당신은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 준비하지 마라. 어떤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너희에게 주겠다.” 하십니다. 저는 그때 체험을 통해 성령이 참으로 계시는구나라는 것을 알았는데요. 이것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항상 주님과 연결된 삶 속에서 어떤 위기가 닥쳐도, 비록 당장에는 손해보는 일이 있는 것처럼 여겨도 주님과의 깊은 신뢰가 나를 이끌어주신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는 감추면서 아무 일 없듯 지내야 하고요. 속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음에 주님께 감사해야 하는데요. 즉 드러내면 위험해집니다. 다른 이들이 이걸 곱게만 보진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하늘의 뜻이 어찌 흘러갈지 아는 도인들이 일부러 입을 다물고 사는 것처럼 평소 겸손하고 조용하게 살다가 급할 때, 주님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삶이 되어야 하는데요. 그럴 때 주님의 힘을 참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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