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부모 미사

2022. 11. 16. 오후 7: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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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미사

 옛날 이야기 하나 하면서 시작할까 합니다.

1802년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자 정약용은 강진으로 귀양 간 상태였습니다. 귀양 간 그에게 그 누구도 방을 내어주려 하지 않았기에 동네 주막집 방 한 칸을 빌려 머물고 있던 차에 열다섯 살 난 황상이란 아이가 찾아갑니다. 여기에 그 아이는 정약용에게 이런 부탁을 합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지만 세 가지 문제점이 있어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정약용은 말합니다. “배우는 사람에게 문제점이 세 가지가 있다. 그런데 너에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민첩한 사람은 자기가 총명하다고 생각하는데서 문제점이 생긴다. 한번만 보면 척척 외우는 아이들은 그 뜻을 음미할 줄 모르니 금세 잊고 말지. 둘째. 제목만 주면 글을 지어내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저도 모르게 경박하고 들뜨게 되는 것이 문제지. 셋째로 한 마디만 던져주면 금세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곱씹지 않기 때문에 깊이가 없다. 만약 니 말대로 정말 둔한 아이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나 대단하겠니? 둔한 끝으로 구멍을 뚫기는 힘이 들어도 일단 뚫고 나면 왠만해서는 막히지 않는 큰 구멍이 뚫릴게다. 그러자면 그 구멍을 어떻게 뚫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무엇으로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니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잡아야 한다.”

열 다섯에 처음 만나 들은 이 가르침을 61년이 지난 임술년에 황상 그의 저서<임술기>에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내가 이때 나이가 열 다섯이었다. 스승의 말씀을 새기고 뼈에 새겨 감히 잃을까 염려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61년간 독서를 폐하고 쟁기를 잡고 있을 때에도 마음에 늘 품고 있었다. 비록 이룩한 것은 없다 하나 구멍을 뚫고 막힌 것을 툭 터지게 함을 지켰다 할 만하니 마음을 잡고 부지런히 하라는 말을 따랐을 뿐이다. 이제 내 나이가 일흔 다섯이니 주어진 날이 많지 않다. 지금 이후로도 스승께서 주신 가르침을 잃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하고 자식들에게도 저버림 없이 행하게 할 것이다 

 우린 그동안의 시간동안 나름 노력과 열정을 다하며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고 오히려 자신의 게으름만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애타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담담하고 또 어떤 이는 부담스럽고 또 다른 이는 벌써 내년을 준비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황상이 그의 스승 정약용을 만나 둔한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열심히 부지런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학문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단지 이 시험만 끝나면 모든 것을 해방될 것 같은 기분도 들겠지만 우리는 알지요.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요, 인생의 굴곡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이 시험을 준비하고 치루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아마 그것은 더 나은 미래와 행복,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공부를 수단으로 본다면, 그동안 공부했던 책들은 쓰레기통에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즐기고 자기분야를 찾는 아이들은 그 안에서 행복을 얻을텐데요 

 우린 내게 닥쳐온 것들을 잘 바라보고 겪으며 이를 마음속에 잘 새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돌봐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우리 또한 주님의 자녀로서 애써 준비한 것을 오늘 시험을 통해 잘 치루고 나머지는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면서 행할 때,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을 받아들이며 감사를 드리는 것이 우리의 본 모습일텐데요

 창조주이신 하느님은 우리를 곤란에 빠뜨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더 큰 단계로 도약하게끔 이끌어주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지금의 시간을 너무 걱정하지만은 않으면서 당신께 맡기면서 잘 지낼 수 있을텐데요. 평소 성실히 부지런히 임해왔다면 우린 그분께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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