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대축일

2022. 6. 11. 오후 5: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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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대축일

 저와 여러분은 우리보다 큰 존재이신 주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허나 여러분께 여쭙습니다. 과연 우리 생각으로 다 헤아릴 수 없는 분을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이 대답에 따라 여러분의 신앙의 향방도 달라질텐데요. 과연 제대로 된 믿음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예전 미국 대선 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제일 먼저 놀란 사람들은 미국의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닉슨을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사건이 그 예입니다. 미국에는 폴리티팩트(Politifact)라는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팩트체크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조사하니 트럼프가 미국 선거 막바지에 한 말의 70%가 거짓말이었답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여겼습니다. 그동안 알던 미국인들과 너무 달랐던 겁니다. 이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분석합니다. 이게 가짜뉴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계기입니다. 그 결과로 지금 우리는 포스트 투르트(Post-Truth)시대,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믿음이 중요한, 탈 진실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선 개인이 접해야 하는 뉴스와 정보가 많아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조간신문과 공영방송 뉴스를 보던 시대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밤낮없이 정보가 쏟아집니다. 게다가 언론매체만 정보를 쏟는 게 아니라 개인들도 SNS를 통해 정보를 쏟아냅니다. 이렇게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 어찌 되는지 아십니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한 걸 추구합니다. 우리의 뇌도 많은 에너지를 쓰는 걸 싫어합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니 한계점에 다다른 뇌는 소위 인지적 게으름에 빠집니다. TV광고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떤 제품이 진짜 좋은 지 모르고 구입해야 합니다. 그럴 때 광고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비싼 브랜드의 제품이 타 제품보다는 더 나을꺼라는 인지적 게으름을펴게 만듭니다. 이건 정치 성향에서도 작용되어 타인을 쉽게 좌파, 우파로 단정짓고, 말 한마디, 댓글 한 문장 보고 자신의 편견의 범위 안에서 다 안다며 판단 내립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자신의 신념에 맞으면 받아들이고, 안 맞으면 무시합니다. 게다가 인터넷 알고리즘이 부채질하면서 내가 검색했던 분야를 계속 추천해줍니다.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편향된 확증을 끝없이 강화시킵니다. 게다가 SNS, 카톡 등으로 비슷한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니, 지구가 평평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이들도 생깁니다. 이에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요즘은 참과 거짓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동료들이 옳다고 해주는 것들이 진리가 된다 고 말합니다. 이게 포스트 투르트(Post-Truth),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더 이상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장은 펼쳐지지 않습니다. 대화는 어려워지고 전문가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그 분야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조차 이런 말을 해버립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신뢰하지 않는거죠.

 이제 우리의 상황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우린 우리의 범위를 넘어서시는 창조주 하느님, 사람이 되어 오셔서 주님의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신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우리의 감각으로 안 느껴지는 영의 활동인 성령을 믿는 사람들이랍니다. 헌데 여러분은 이 가르침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한 분이시면서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의 활동을 하신다는 삼위일체 교리가 이해되십니까? 아니면, 내 주변 동료들 중에는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믿겨지지가 않습니까? 여기서 우린 2가지 점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는, 나는 완전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다. 부족한 점을 여전히 갖고 있다라는 겸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나는 창조주에게서 태어난 피조물인 인간이기에, 100여 년을 다 못 채우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인 내가 만물의 주재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다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여러분,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내가 아는 사람의 말만 들으면 어찌 되는 지 아십니까? 그 예전 예수님을 죽였던 유대인들과 같아집니다. 그러한 구세주는 필요없다면서 말이죠. 현재 나는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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