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6주간 토요일. 사도 18,23-28; 요한 16,23-28
뭔가 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분야의 재능이 있어 그럴 수도 있고요. 습득하는 능력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잘하는 이들은 따로 있습니다. 특히 이런 걸 잘합니다. ‘진리에 복종할 줄 아는 마음’ 을 가진 겁니다. 자기가 어떤 부분에 대해 뭔가 안다고 여기지만 더 큰, 제대로 된 것을 만났을 때, 일단 자기의 생각을 접고 그것을 따를 줄 아는 자세를 가지셨는지요?
오늘 독서의 말씀이 그러합니다. 똑똑하고 뛰어난 달변가인 아폴로가 예수님에 관해 설교를 합니다. 하지만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 라고 나와 있어, 아직 주님에 대해 정확히 전부는 몰랐던 모양입니다. 이제 막 개종을 했기 때문이지요. 이에 그가 인재임을 알아본 아퀼라 프리스퀼라 부부는, 바오로를 통해 얻은 가르침을 알려주는데요. 여기에 아폴로가 좀 거만했다거나, 아는 체를 했다면 그는 아마도 더 뛰어난 설교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진리에 복종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의도치 않는 선물을 받는 은총의 시간이요, 만남이라 할 수 있는데요.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해야 할 조건 중에 하나가 집중력이지만, 실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이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복종의 마음입니다. 이는 겸손이 필요하고요. 괜한 자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다’ 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자기가 아는 게 전부라 여기는 사람은 더 이상 발전이 어렵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주님의 진리는 가끔 가진 상식과 이성을 넘어섭니다. 그래서 당장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에 이해되는 것만 받아들이려 든다면 발전은 없지요. ‘이해된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진리를 수용한다’ 는 뜻입니다. 예전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습니다. 게다가 주님의 삶을 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는 말씀처럼 하느님과 예수님이 하나의 삶을 사시며 이제 지상 생활을 끝내신다는 말을 당시 제자들이 전부 이해했을까요? 무엇이든지 당장엔 잘 모릅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헤아려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겸손한 삶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