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5주간 토요일. 사도 16,1-10; 요한 15,18-21
잠시 시계를 서기 249년으로 돌리겠습니다. 당시 데키우스 황제가 즉위하면서 ‘로마의 모든 시민은 위원회 앞에서 제신(祭神)에게 희생제물을 바쳐야 한다’ 고 칙령을 내립니다. 이 조치로 로마 전역에서 박해가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배교를 했고요. 교회의 주교들은 배교로 말미암은 사목적, 신학적인 문제를 대처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잘 아는 오리게네스 교부도 신자들의 도덕적, 영적 수준이 질적으로 떨어졌다며 한탄을 합니다. 오리게네스의 아버지도 박해로 인해 순교한 집안이었기에 더더욱 도망갔던 신자들의 상태를 안타깝게 질책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순교의 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에 성인품과 복자품에 오르신 분이 많지만 살아있을 때 뛰어나고 감동적인 선행으로 그 영예의 자리에 오른 분은 아직 없습니다. 어쩌면 한국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보기에 ‘선교해야 할’ ‘선교가 필요한 나라’ 라고 평가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우리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가며 슬슬 물들어 갔습니다. ‘현실이 평안하길 바라는 신앙인’ ‘지금 별 탈 없는 나날’ 이 계속되길 바라는 안일한 우리의 자세가 그걸 말해줍니다.
여기에 주님은 말씀합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나를 미워하였다.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다.”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나는 세상이 보기에 미움을 받을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인가?’ 라고요. 하느님 앞에서 올바르고 신실한 신앙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고 별 대우받지 못함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이 있는 사람인지를 말이지요. 아니면 세상에 대해 여전히 인정받고픈 마음이 있어서 거기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지요. 우린 살면서 압니다. 모두에게 칭찬을 받고 살 수 없음을요. 결국 욕을 먹어야 한다면 어느 쪽에 욕먹는 편이 나을까요? 세상에게 욕을 먹는 게 나을까요? 하느님께 욕을 먹은 편이 나을까요? 나의 신앙이 사람편을 들다가 값싸고 저렴한 신앙으로 전락되지 않기를 바래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