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31. 오후 9:51:59

글자

 새해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에 우리는 서로에게 복을 주고받습니다. 문득 하니까, 강복에 관한 실화가 생각납니다. 어느 본당 미사에 수도원에 계신 수사신부님이 특별히 미사를 하러 오셨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어느 신자가 다가와 요청합니다. 저에게 강복을 주시길 청합니다하자, 잠시 수사 신부님은 멈칫거리셨답니다. 이유는 항상 수도원에만 있었기에 이런 요청이 자주 없어서 강복을 빌어줄 경문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잠시 멈칫 후, 아 맞다~’ 하면서 그 자매님의 머리를 감싸쥐고 이렇게 강복의 기도를 빌었답니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절대 수도원 신부님을 희화화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본당 신부님과는 다른 위치에 있기에 그런 건데요.

 설을 맞이하며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생각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항상 잘 되기를 바라셨지요. 그럼 잘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조선 후기 문신으로 효종~숙종시기 영의정만 8차례를 지내고 다른 벼슬도 지낸 명곡 최석정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아들에게 주는 훈계가 있어 소개합니다. 경계한다. 너는 교만하지 마라. 교만하면 덕을 손상하게 된다. 어찌해야 교만하지 않을까? 핵심은 겸손에 있다. 경계한다. 너는 게으르지 마라. 게으르면 직분을 망치게 된다. 무엇으로 게으름을 없앨까? 요점은 부지런하고 삼가는 데 있다. 경계한다. 너는 성글게 하지 마라. 생각이 성글면 새게 마련이다. 무엇으로 성근 것을 다스릴까? 자세히 살피면 된다. 경계한다. 너는 경박하게 굴지 마라. 기운이 뜨면 날리게 마련이다. 어찌해야 경박함을 누를까? 고요 속에 잠기면 된다. 풀이한다. 겸손은 덕의 기초다. 근면함은 일의 줄기다. 꼼꼼함은 정사(政事)의 핵심이다. 고요함은 마음의 본체다. 군자가 겸손을 지키면 덕을 높일 수 있다. 능히 부지런하면 하는 일을 넓힐 수 있다. 자세하고 신중하면 정사를 세울 수 있다. 차분히 고요하면 마음을 보존할 수 있다.’

 지금의 불확실한 시대를 살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마음만 급하면 안되지요. 자기 잘난 맛으로 살면 그르치기 쉽습니다. 뭐가 될 것처럼 덤벼들다가는 금방 고꾸라지기 쉬운데요. 그래서 오늘 말씀도 그랬지요.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주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기에 기다려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독서에는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입니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살면서 마치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삽니다만, 실제로는 우리의 생명은 무척 짧고요. 한계를 모르는 듯 행동하다가는 그르치기 쉽습니다. 이렇듯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기에 우리는 예전보다 더 절실히 겸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될 때, 섣부른 나, 기분에 도취된 나, 내가 누군지조차 잘 모르는 나에 대해 관심있게 쳐다보며, 변하는 세상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하는데요.

 사랑하는 이문동 본당 교우 여러분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복이란, 당장 내 손에 쥘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니라, 그 무언가를 손에 쥐게 될 때, 과연 쥘 만한 것을 갖추는 그릇부터 잘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그런 복이 온들, 그게 복인지조차 모르는 어리석은 눈썰미가 가졌거나, 그것을 가질 만한 준비 자세가 없다면 그냥 흘려버릴 수 밖에 없을텐데요. 여러분의 마음부터 잘 갖춰나가야 하겠습니다. 더욱이 주님이 주시는 은총의 복을 바라는 우리라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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