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7주간 목요일.

2021. 5. 19. 오후 1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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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7주간 목요일. 사도 22,30;23,6-11. 요한 17,20-26

 신앙인들의 모습이 마냥 착하고, 말 잘 듣고, 순진하기만 할까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것을 읽고 헤아리며 이를 이용하기도 해야 하는데요. 그래야만 휘둘리지 않으면서 우리만의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가 그런 것을 보여줍니다.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며 목적을 이루지요.

 손자병법의 36개의 계책 중, 20계인 혼수막어(混水摸魚)란 계책이 있습니다. 적의 혼란함을 이용해 약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상황을 이용하는 계책입니다. 주역의 수괘(隨卦)에서 유래한 것인데요. '어두워지면 들어가서 편안히 쉰다' 는 구절이 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은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활동할 수가 없어 집으로 들어가 쉽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상황을 어둡게 만들어 정상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그 틈을 타서 쳐들어가 빼앗는 계책입니다. 갑작스럽게 판을 흔들어놓고 자신은 계산한 대로 상대가 당황에 빠질 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왜 바오로를 고발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최고의회 소집 장소에 그를 세웠더니, 바오로는 여기서 기지를 발휘합니다. 부활을 믿는 바리사이와 부활을 믿지 않는 사두가이 사이에서 일부러 바오로는 나는 바리사이이며 바리사이의 아들입니다. 나는 죽은 이들이 부활하리하는 희망 때문에 재판을 받는 것입니다.” 라고 외치며 갑자기 장내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물론 바오로는 지금은 회개하였지만 사실 바리사이 출신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분위기를 읽고나서 일부러 자신의 출신 성분을 부각시키지요. 즉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오로가 결국 가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닌, 주님을 반대하는 로마에서 증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증언할 끝판왕인 로마 황제를 만나기 위해 지금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판을 유리하게 바꿔버립니다. 그의 기지가 참 놀라운데요. 헌데 여기에 복음은 예수님의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라는 기도가 나옵니다. 앞선 상황과 달라서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지만 주님은 믿는 이들 안에서 서로가 하나되기를 원하십니다. 믿지 않는 이들, 우리의 사명과 다른 이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와 그들은 갈 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과연 우린 당신의 길을 가기 위해 공적인 일에서 서로 협동과 합치를 하고 있습니까? 같은 성당에 있으면서 본당에 놓여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옆의 사람이 보기 싫어도 당장은 협조하며 공적인 일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데요. 세상의 것을 이용할 줄 알면서 우리의 사명을 지켜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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