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5주간 수요일
어린이날입니다. 우린 다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잠시 잊고사는 것 뿐인데요. 사람이 어린이였을 때와 어른이었을 때 하는 대화가, 다르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이렇게 말한답니다. ‘너는 무슨 색깔을 좋아해? 좋아하는 동물이 뭐야? 젤리는 어떤 모양을 좋아해?’ 그 사람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것을 물어봅니다. 헌데 어른이 되면 이렇게 말한답니다. ‘걔네 집은 몇 평이야? 그 집 아버지는 연봉이 얼마래? 아이들은 성적이 몇 등이야?’ 다 숫자로 물어본답니다. 여러분은 어른과 어린이 중 어떤 쪽에 가까우신지요?
오늘 복음은 그 유명한 포도나무와 가지 이야기입니다. 주님께서도 진정한 결실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 결실은,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지요. 그래서 제자들을 불렀고, 많은 곳을 다니시며 복음전파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는 말씀처럼 이 세상에 하느님 뜻이 실현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때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 자신이 모든 것을 해낸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실은 그분과의 관계의 내적 활동 속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었는데요. 모두들 무언가 어떤 열매를 맺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진정 그 열매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길 바라십니까? 여기에 당신과 관계 맺음이 없는 열매라면 아무리 해 봐야 속 빈 강정일 뿐인데요. 우리는 일을 할 때 주님의 이름을 걸어놓고 실은 자기 만족을 취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때 우린 알아야 합니다. 누구로 인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지 말입니다.
오정방 시인의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것은’ 이란 시를 끝으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나와 관계된 것들과의 연관성을 보시기 바랍니다.
꽃이 없으면 열매를 어떻게 얻겠는가 / 잎이 없으면 꽃이 어떻게 피겠는가
가지가 없으면 잎이 어떻게 나겠는가 / 줄기가 없으면 가지가 어떻게 뻗겠는가
뿌리가 없으면 줄기가 어떻게 서겠는가 / 땅이 없으면 뿌리가 어떻게 퍼지겠는가
그 땅은 누가 지었는가 / 바로 그 고마운 땅을 있게 하신 이가
거기에 더하여 햇빛과 비를 내리신 이가 / 마침내 열매를 얻게 하지 않으시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