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2주일. 창세 22,1-18; 로마 8,31-34; 마르 9,2-10
여러분은 주님의 어떤 모습에 매료되셨습니까? 어떤 모습에 반하셨기에 지금껏 이 신앙을 지켜오고 계신가요? 마치 부부 관계가 지겨울 때가 있더라도, 가끔 예전 뜨거웠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려보면서 그 당시 기억을 소환시키면, 지금의 관계가 어때야 할지 쳐다보는 계기가 되듯, 저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때는 제 나이 22살 무렵이었습니다. 군대 생활을 하던 강원도 홍천 근처의 어느 골짜기 산에, 두 곳의 수도회가 각각 성당과 교육관을 짓고 있었습니다. 마침 대대장이 천주교 신자였기에 부대 내 천주교 신자들을 대민지원차 그곳에 보내게 되었는데 저도 거기에 끼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 나이에 무슨 건축 기술이 있었겠습니까? 그저 막노동 용어로 시다바리, 시멘트 개고, 벽돌 나르고, 옆에 있는 물건도 치우는 보조원이었지요. 수사님들은 그곳 가건물에서 숙식을 하였고 저희는 출퇴근 방식으로 오가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수사님들과 미사로서 일과가 시작되면서 작업을 하고요. 저녁이 되면 다시 부대로 복귀하는 나날이었습니다. 물론 간식 참으로, 라면을 배불리 먹여주었으니 저희야 부대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지요. 그러다가 말로만 들었던 수사님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수사님들의 행색은 남루했습니다. 구멍난 바지와 셔츠, 땀내 나는 몸 냄새 등, 외면적으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거기서 이런 장면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탄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웃는 미소가 왜 저리 순수하지? 대체 저 안에 뭐가 있는거야?’ 어린 나이에도 그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를 가끔 떠올려 보면서 제가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곤 하는데요.
오늘 제자들은 주님의 변모사건을 보게 됩니다. 성경 표현대로라면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햐얗게 빛났다” 라코 써 있지만 실은 표현이 체험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분명 그들은 주님에게서 뭔가를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할 말을 잃었지만, 나중에 그들은 그 일을 다시금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분의 모습을 보며 자기들도 빛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염원과 함께요.
사랑하는 이문동 본당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어떤 체험이 있으십니까? 제 어린 시절 느꼈던 짧은 순간은 ‘과연 기쁨, 희망, 행복 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답을 찾으려고 막연히 품었던 꿈을 버리고 이 삶을 선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삶도 예전 체험을 다시 회고해 보시면서 느꼈던 첫 마음을 잘 키워가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