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예전 일본으로 성지순례를 간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보다 천주교가 먼저 전래되서인지 비록 교인의 숫자는 우리보단 적더라도 순교의 역사가 어우러진 분위기는 읽을 수 있었는데요. 오늘 바오로 미키 성인과 일본의 순교자들 기념일이기에 그들이 겪은 일화 두어개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역사가 236년 정도 되었지만 일본에는 한때 230년간 신부님이 한 명도 없는 채로 신앙생활을 이어가야 한 적이 있었답니다. 박물관에 가보니 묵주가 있었는데요. 우리가 아는 모양이 아닌 이 묵주는 네모난 종이나 나뭇조각으로 각각의 개수로 만들어져서 기도하고 뒤집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헌데 그러다가 신부님이 없는 시절을 지내니 이것이 나중에 변질이 되어 신년초에 점을 치는 도구로 바뀌었답니다. 또 하나는 박해를 겪는 기간이 길어지고 미사는 할 수 없으니 의식도 변질되었는데요. 마침 박물관에는 당시 상활을 재연하는 비디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화면에 90이 넘은 할아버지는 네 댓명과 함께 기도를 하다가 성체 대신에 스시처럼 밥알을 뭉쳐 만든 것을 서로에게 먹이고 난 후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는 화면이었습니다. 왜 이러는가? 보니 당시 자기들을 잡으로 오는 사람들을 막고자 그랬다는데요. 나중에 신앙의 자유가 오고 외국신부님이 와서 미사를 거행했지만 이들은 성당에 가질 않았답니다. 몇 대에 걸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당연하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는데요.
오늘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을 보시며 가엾은 마음이 드십니다. “그들이 목자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내며 다들 혼자서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떤 면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 그들처럼 자신들도 모르게 변질된 신앙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주님의 마음을 닮아 살 때 갇혀있지 않는, 고루하지 않는 신앙의 삶을 살 수 있는데요. 그야말로 신앙의 감각을 잘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배움의 시간을 가지며 노력해가는 시간이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