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2. 오전 6:09:36

글자

. 민수 6,22-27; 야고 4,13-15; 루카 12,35-40

 

 새해 들어 인사올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세배 드린다)

우리가 평소 하는 인사에서 말하는 복이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무병장수일까요? 아니면 권세와 재력이 많음을 말하는 걸까요? 조선 중기시대에 송시열과도 논쟁하였던 허목이라는 성리학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유언을 하듯 스스로를 경계하며, 자녀에게 두 편의 글로 이뤄진 짧은 글을 짓는데요. 잠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스스로를 사사로이 여기는 자는 남을 속인다

하늘의 이치가 환히 드러나 있으니 사람은 속일 수 없다. 한갓 스스로 속는 것일 뿐이다

그런 까닭에 몸을 성실히 하여 반드시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버이를 공경하는 자는 발 한 번 들 때에도 감히 부모를 잊지 않는다

어두움을 따라 허물을 부르지 말고, 험한 곳을 밟아 몸을 위태롭게 하지 마라

어버이를 사랑하는 자는 한 마디 말을 해도 부모를 잊지 않는다.

구차하게 남을 욕해서 비난을 사지 말고, 구차스레 웃으며 남에게 아첨하지 마라.

 

 여기서 말하는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어버이를 공경해라’ ‘남 욕하지 말고 아첨하지 마라는 말은 너무 평범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렇듯 큰 가르침은 너무 평범하고 싱겁게 들려서 귓등으로 흘려듣곤 합니다. 하지만 흘려듣다보면 결국 자신의 인생을 헛군데에 쓰게 되고요. 그러다 신세 한탄을 하며 마감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요. 결국 자신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집니다. 인생을 살면서 기본기를 다지며 탄탄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기본기를 무시하며, 하고 싶은 데로 유행을 따라 살다가 마감할 것인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요.

 오늘 말씀들은 나 자신을 어찌 관리해야 하는 지 말해줍니다. 2독서에서 오늘이나 내일, 어느 고을에 가서 장사를 하며 돈을 벌겠다고 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지요.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입니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그것도 천성이 맞아야 하고, 능력을 갖춰야 하고, 시대를 타고나야 하는데요. 그러면서 하느님이 허락하시면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능한 삶이 과연 가능한지 복음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하던 일을 하면서 그때가 적재적소인지 알 수 있는 삶이 되려면, 평소에 하던 일이 일단은 평범하고 재미없어 보일지 몰라도, 결국 그것이 자신을 키워주는데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는다 는 뜻이 그렇지요. 평범한 시간을 살면서 달라지는 경우를 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복음처럼 주인이 갑자기 들이닥칠지 모르니까요. 헌데 이런 것이 잘 안되는 이라면 이런 푸념을 늘어놓겠지요. 왜 갑자기 지금 찾아와서 나를 힘들게 해?~’ 앞에서 말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이면 1독서처럼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복을 받을 자세가 평소 잘 되어 있었기에 당연히 다가온 복을 잘 관리할 것이구요. 자연스런 삶을 살 것입니다. 하지만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갑자기 다가온 것이 복()인지 아니면 화()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하겠지요.

 

 사랑하는 이문동 본당 교우 여러분.

 

 복을 받고픈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복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는 자신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 불행을 자초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통해서 평소 나 자신을 어찌 살펴왔는가를 헤아려 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잘 준비해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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