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3주간 금요일

2020. 11. 20. 오후 8: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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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3주간 금요일. 묵시 10,8-11; 루카 19,45-48

  예전 어느 수녀원의 종신서원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서원을 하려는 수녀님들이 바닥에 엎드려 봉헌의 삶을 약속하는데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있던 할머니 수녀님이 혼자 한마디 툭 던집니다. ‘아이구~ 저게 어떤 삶인지 알고 하나? 모르니까 할 수 있지..’ 순간 들으면 괜히 초치는 소리처럼 여겨지지만 실은 이 삶이 그렇습니다. 멀찍이서 볼 때는 단정한 옷 입고, 여러 활동을 한다지만 실상 제대로 하려면 보고 싶지 않은 일도 만나고요. 감히 상상해본 적 없는 일도 겪습니다.

  독서에도 나오지요. “이것을 받아 삼켜라. 이것이 네 배를 쓰리게 하겠지만, 입에는 꿀같이 달 것이다.” 당장에는 달콤하지요. 멋있고 그럴 듯 보이구요. 여러분의 결혼생활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하기도 했고요. 이 사람이 날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아서..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실상은 쉽지 않지요. 고통이 따릅니다. 예수님의 삶도 그러하셨습니다. 다만 우리와의 차이가 있다면 그분은 다 알면서도 그걸 하셨다는 점입니다. 성전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하느님의 집을 사랑하셔서 그곳을 엎어 버리고 쫓아버리시면서 다가올 율법학자들의 반대를 아시면서도 말이죠. 다 아시면서도 그 행동으로 인한 어떤 파급효과가 어떨지 아시면서도 그랬다면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처럼 한편으로는 용기있고 그걸 감내할 배짱이 있는 분이신데요.

  교회 생활도 그렇고 세상살이도 그렇습니다. 다가올 미래는 다 모르지만 이런 면에서 이미 배웠습니다. 역사의 가르침에서, 경전의 가르침에서 배웠고요. 현실속에서의 관찰을 통해 지금의 흐름을 파악합니다. 그러면서 미래까지도 내다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도 아예 모른다고만 여길 수는 없을 겁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그걸 감내하고 이길만한 자신감과 하느님께 맡기는 정신이 갖추어져 있느냐? 일텐데요. 여러분도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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