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3주일.

2020. 11. 14. 오전 11: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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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3주일. 잠언 31,10-31. 1테살 5,1-6; 마태 25,14-30

  마트나 상점을 가서 물건을 사면 물건마다 유통기한이 찍혀있습니다. 말 그대로 상품이 유통되는 기간을 표기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건 공장이나 매장에서 관리할 때 필요한 기한을 말하구요. 우리 같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소비기한입니다. 구입한 상품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요.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도 유통기한, 소비기한이 있습니다. 우리가 천년만년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런 말씀이 듣기에 불편할 수 있지만 다니던 회사나 여러 직분을 맡고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은퇴를 하게 됩니다. 나이 드는거야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솔직히 썩 내키지 않을 수 있지요. 하지만 예전보다 감각이나 기억 등이 떨어진 것은 인정해야 하기에 후배에게 비켜줘야 합니다. 은퇴가 유통기한이라면, 이제 삶의 질을 말하는 소비기한인 나머지 인생을 챙겨가야 하는데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이를 종말론적 관점이라 부릅니다. 주님이 주신 생명을 언젠가는 돌려드리는 것, 받은 것을 잘 불리며 살다가 하느님 앞에 서는 것이 종말이지요. 위령성월을 지내면서 여러분은 이런 준비가 잘 되어 있으신지요?

  오늘 복음 말씀은 유명한 탈란트의 비유입니다. 성경의 데나리온, 세켈처럼 화폐의 단위입니다. 예수님 시대 때 일꾼 하루 일당이 1데나리온이구요. 여기에 6천 데나리온은 한 탈란트와 같은 금액인데요. 실로 엄청난 금액이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하게 돈의 금액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하느님이 내게 맡기신 재능과 여러 능력까지도 포함하는데요. 복음처럼 주님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맡기셨습니다. 생명을 주시고, 나름 재능과 성품과 능력을 주셨습니다. 이른바 자본금이지요. 그것이 맘에 들건 안 들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걸 가지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살면서 자기 능력을 성장시키며 살기도 하고요. 반대로 남과 비교하다가 결국 그걸 썩히고, 묻어버리기도 하지요. 그러다 결국 결과를 내야하는 정산의 시간은 다가옵니다. 그걸 우린 죽음이라고 말하지요. 그때 여러분은 하느님 앞에서 무어라 말씀드리겠습니까? 가난한 부모 탓을 해야할까요? 나를 안 도와준 선생님이나 사장님을 탓할까요? 복음에서 주인은 그들과 셈을 하기 시작하면서 5탈란트, 2탈란트를 더 버는 이도 있었지만 주인을 오해한 이는 그냥 땅에 묻고 숨겨두다가 주인님 것을 도로 받으십시오 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주인은 불호령을 내리지요. 다른 종교와 다르게 우리 신앙은 윤회사상이 아닙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이지요. 단 한번뿐인 인생이기에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가르치지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 인생이지만 꼭 소중하게 여기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애를 쓰며 노력은 하지만 삶의 중심은 파지 못하기에 주변만 파는 헛된 노력을 한다거나, 자기 욕심을 채우느라 정작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답게 살지 못하고 남처럼 살려고 하다가 말이지요. 오늘 1독서 말씀처럼 우아함은 거짓이고, 아름다움은 헛것이지만 의 뜻이 그러합니다. 진짜 자기 민낯을 인정하기 싫으니 있는 척, 꾸민 척을 하지요. 하지만 우린 진짜를 만나야 하고요. 그런 용기가 필요한데요. 오늘 복음이 불편하게 들리실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즈음에 이런 말씀이 나오지요.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가진 자는 나름 자기 인생을 현명하게 살았습니다. 부정하지 않은 선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키며 살았기에,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을 잘 불리고 지켜왔을까요? 물론 비결은 모르지요. 각각 인생의 케이스들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2독서의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합시다 의 말씀을 비춰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이문동 본당 교우 여러분.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더 흐르면 "하느님 앞" 이라는 종착역에 닿겠지요. 아직 남은 나의 삶을 잘 보존하며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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