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4주간 금요일. 1고린 15,12-20; 루카 8,1-3
예전 강남 지역 본당에 있을 때 일입니다. 어떤 자매님이 다가와 묻습니다. ‘신부님들은 신학교에서 강론을 재미없게 하라고 가르치던가요?’ 순간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 강론이 깔깔대는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요. 순간 이분이 언급한 ‘재미’라는 측면을 들여다보면서 그분의 개인적 성향을 파악해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갔습니다. 그분이 원했던 재미는 당신 수준에 맞춰주는 것이었는데요.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그때 그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오늘 말씀이야말로 진짜 재미없는 건데..’ 왜냐하면 자기 체험이 없으면 절대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체험 이야기가 나왔으니 저에게 벌어진 감사한 일을 소개하겠습니다. 때는 2014년 1월 저녁 미사를 마치고 예비자 면담을 준비하려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순간 의식을 잃고 계단을 굴렀답니다. 그 계단은 제의방과 통했었지만 여간해서는 수녀님이 다니지 않는 계단이었는데요. 사람 인기척을 느꼈었는지 의식없는 절보고 119를 불렀답니다. 얼굴 등 외형은 다친 곳이 없었는데 머릿속 혈관이 터졌고요. 의식이 없는 사이 4번의 ct를 찍으며 의사들은 ‘머리를 열어야 하나?’ 고민을 했답니다. 다행히 피를 말리는 약을 복용하는 방법을 쓰면서 중환자실을 포함, 10일을 입원하고 퇴원하였습니다. 퇴원은 했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여전히 머리는 멍~한 상태는 보름을 보내고 있었고요. 한 달 후 병원을 찾아 다시 ct를 찍고 담당의사와 면담을 했습니다. 의사는 제 사진을 보더니 의사같지 않는 말을 합니다. ‘신부님이니까 이런 모양이네요’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보통 머리에 피가 고이고, 상황이 그 정도 되었으면 팔다리가 마비되고 돌아가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해야 할텐데 정상인처럼 멀쩡하니 과학적이지 않는 의사소견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리고 또 한 달 후, 사진을 찍고 의사는 말해줍니다. '이제 안 오셔도 된다' 고요. 그렇습니다. 그 이후 저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저 자체가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증명하니까요.
복음에 여인들이 주님을 따랐던 것도, 악령과 병을 낫게 해주신 것을 감사하기에 주님께 시중을 들고 있고요. 독서의 부활 신앙을 말한 바오로의 증언,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곧 ‘생명의 근원이시며 창조주이신 분이 새로운 생명의 부활을 보여주지 못하시겠느냐?’ 는 고백으로 들립니다.
우리에겐 각자의 체험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작은 체험이 쌓여 공동체의 체험이 되면 세상을 사는 데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복음의 여인들처럼, 제2의 인생을 사는 저도, 그리고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주님과의 체험을 통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주시는 주님을 만난다면, 힘들고 외롭고, 우울해도 그 힘이신 주님이 우리를 격려와 위로의 차원으로 함께 해주실 것입니다. 생활속에서 다가오는 소소한 체험을 잘 기억하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