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1주일. 이사22,19-23;로마 11,33-36;마태 16,13-20
이번 한 주간은 교파는 달라도, 우리와 비슷한 개신교가 보여준 반응을 지켜본 시간이었습니다. 해당 사건의 교회뿐 아니라 비대면 예배의 지침을 받아든 교회의 반응을 말이지요. 그쪽 입장은 분하고, 억울하고, 천주교나 불교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은 것을 불만으로 삼지만, 솔직히 우리도 조심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이 보입니다. ‘나의 진짜 모습은 어떤 때에 나오는가?’ 여러분은 사람을 볼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바라봅니까? 시인 정현종은 ‘방문객’ 이라는 시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라면서 한 사람이 지니고 살아온 역사성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만, 저나 사회생활을 하는 여러분들은,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의 실체가 어떤지를 모르기에 혼란을 겪곤 합니다. 왜냐하면 좋을 때는 편안할 때는 다 좋은 사람이니까요.
장자(莊子)라는 책을 보면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이 실려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능력을 알고 싶다면 번거로운 일을 시켜봐라.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재물을 맡겨봐라’ 등입니다. 저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교우들을 만나야 합니다. 많은 단체장들을 만나고, 그들과 본당 일을 해야 하기에 그 교우가 과연 공적인 사람인지를 알아야 하지요. 저도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래야 뒤탈이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느낍니다. 상록수의 푸르름은, 겨울에 다른 나무의 잎들은 다 떨어지지만 하얀 눈을 뒤집어쓴 상록수는 여전히 진정한 푸르름을 간직한 것을 볼 때 비로소 알 수 있듯이요. 우리도 그렇습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다 성인군자요, 좋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위기에 몰리면 여지없이 본능이 나옵니다. 그 본능은 자기를 보호하려는 장치인거죠. 동물이 털을 곤두세우거나 발톱을 세우듯이, 사람도 갑자기 불같은 화를 내거나 반응이 격앙된다면 자기를 보호하려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원래 사람은 감각적으로 본능적으로 움직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만 한다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는데요. 특히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이 나와야 할까요?
오늘 독서와 복음에는 열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는 다윗 집안의 열쇠를 그의 어깨에 메어주리니 그가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그가 닫으면 열 사람이 없으리라”....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많은 부분을 용서와 사랑의 측면에서 말씀을 해석합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각자 미운 사람이 있으시죠? 그렇기에 여러분보고, 바로 그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강요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아직 여러분의 준비가 덜 되셨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쉽게 열리고 닫히질 않습니다. 소위 ‘앙금’ 이라는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신교도 그렇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젠 하고 싶은 데로 살아서는 안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남에게 폐를 끼치는 때가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잠시 안 하는 것을 사랑이라 부르는 시기입니다. 이런 어려운 시대일수록 우린 내 관점이 아니라, 하느님의 관점으로 더 들어가야 합니다. 2독서의 바오로가 말합니다.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생각이 깊다곤 하나, 우리가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우린 하느님의 모상, imago dei입니다. 하느님을 닮은 사람들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말입니다. 마치 예수님처럼요. 내게서 사랑이 나오기 힘들다면, 용서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더 하느님을 들여다 봐야 하겠지요. 나만 들여다 본다고 답이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줄곧, 꾸준히 계속하여 기도를 하고, 성경을 보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잠깐 앉아 있는다고, 줄거리 다 아는 내용의 성경 쓰윽 읽는다고, 그분의 생각을 다 헤아리진 못합니다. 마치 시간이 갈수록 술이 깊게 익어가듯, 벼가 고개를 숙이듯,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이며 주님을 바라볼 때, 그분의 생각에 수긍이 갈 것입니다. 그러면서 상대를 껴안으며 어느 새 내 마음에서 사랑이 샘솟게 되겠지요. 그러한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