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집회 3,2-14; 콜로 3,12-21; 마태 2,13-23
올해의 마지막 주일미사입니다. 한 해 동안 집안이 안녕하셨는지요? 사실 인사차 이런 인사를 드립니다만,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도 듭니다. 한 해 동안 실질적으로 안녕하지만은 못했던 시간이셨으니까요. 올해 제가 다닌 봉성체, 병자성사, 면담을 해왔던 숫자만 해도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입니다. 다양한 여러 상황을 거치며 그만큼 아프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셨을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든 견디려고, 버텨오신 모습을 바라보며, 곁에서 지켜본 제 마음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매일 매일 처음 사는 인생입니다. 언제 우리가 항상 해 온 것만 해왔습니까? 아니지요. 갑작스레 일은 벌어지고요. 거기에 맞춰 허덕대며 대응하기 바쁜, 매일 매일을 ‘디펜스(defence)’ 하는 인생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온 피난 가는 예수님 가정도 그랬습니다. 헤로데의 학살을 피해 갑작스레 짐을 꾸려 도망가며, 안정치 못한, 눈치를 봐가며 구세주를 길러내야 했던 시간은, 가득한 불안함이 묻어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이 상황을 보며 우리의 마음을 어찌 다듬어 가야 할까요?
오늘 말씀에서 답을 찾아봅니다. 독서에는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얘야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히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말하고요. 이어 2독서는 부부끼리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우리가 지금은 같이 살고 있지만, 처음부터 알던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모르는 사이가 부부를 이루고요. 그 부부가 자녀라는 선물을 만나,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었던 이들이 서투른 부모가 되고, 자녀는 자라면서 여러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가정을 이뤄냅니다. 이 만남은 새로이 시작되었고요. 거듭되는 성장과 함께 갈등으로 골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위한 애정으로 발돋움 해 갑니다. 쉽지만은 않은 가정생활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가정은 한 편이 되어 뭉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고요. 그리고 우리 안에는 주님께서 늘 함께 해주십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듯이요. 한 해를 보낸 시간 잘 정리하시며 감사하시고요. 희망의 날을 맞이하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