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아우구스티노 주교학자 기념일.
사람들이 배운 것이 많아지고 똑똑해져 갈수록, 신앙보다는 자기의 머리를 믿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기면 받아들이고, 나의 범위를 너머서면 불합리하게 보는데요. 그래서 이제는 예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쉽지 않습니다. ‘그저 믿어야 합니다.’ 고 말하면 뭔가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럼 시대가 낳은 천재들은 어떻게 주님을 믿었을까요? 하느님은 흥미롭게도, 머리가 좋은 이들의 상태를 너무 잘 아십니다. 당연히 그들의 허점도 아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뭔가를 주면서 그들 스스로 무릎을 꿇도록 만드시는데요. 겸손하게끔 하시지요.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커다란 항구도시인 카르타고에서 유년기를 지냅니다. 항구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미신을 많이 믿습니다. 도시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뱃사람만이 가진 특유의 미신이 그들을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활기찬 항구도시의 기질과 아우구스티누스의 지식욕이 만납니다. 그동안 모든 종교에 대해 분석을 해왔던 똑똑한 그였기에, 어떤 신앙도 그를 만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반복된 어떤 소리를 듣습니다. “집어들고 읽어라. 집어들고 읽어라” 이에 옆에 있던 성경을 펼치는데 그것이 로마서 13장 13절에서 14절입니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 이미 여러 여성과 스캔들이 있던 그 자신에게 해당되었던 말씀을 보며 감사의 빛이 밀려왔고, 더 이상 방탕을 말아야겠다는 확신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면서 이성을 추구하는 대신, 진리를 탐구합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인 모니카에게도 이런 말을 합니다.
‘제가 그동안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어요. 왜 악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 대신
‘왜 선이 존재하는가?’ 라고 했어야 했어요.
참된 선이란 하느님이 우리가 하길 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의 자유의지와 창조주의 의지가 완전히 일치된 때는 에덴동산뿐이었어요. 하지만 낙원에서 추방된 후 우리는 하느님과 분리되었어요.
하느님을 떠난 후, 우리가 아는 악은,
하느님을 잃은 이 땅에서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요.
이제 아담의 후손들은 도덕적인 혼란에 빠졌어요.
아파하고 힘든 사람을 보아도, 왜 도와줘야 하는 지도 잘 몰라요.
즉 선이 무엇인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감각을 잃어버린 거에요.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부름이 없이는 선을 행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하느님은 우리가 구원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은총을 내리지요.
물론 우리가 갖고 있는 자유로운 의지가,
하느님이 원하는 방향에 강하게 저항할 수도 있지만, 은총은 우리보다 강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초월하기에 사람이 행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볼 수 있어요. 하느님이 보기에 모든 인간은 선과 악의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하느님은 이미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지를 아셔요.
왜냐하면 하느님은 시간이라는 차원 밖에서 우리를 내다보기 때문이에요.
세상을 창조하기 전부터 이미 하느님은
모든 은총들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내려질 것인가를 아셨지요.
따라서 하느님은 마땅히 인간 의지의 지배자입니다.
선택은 이제 우리 자신에게 맡겨진 것이구요.’
아우구스티노가 자신의 머리만을 믿었다면 그는 회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좋은 머리로 참된 것을 만나고픈 갈구를 아시기에 하느님은 단 한마디. “집어서 읽어라.” 는 말로 이끄십니다. 그러면서 그의 무릎을 꿇리시지요. 그렇게 굽혀진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하십니다. 언뜻 무너진 것 같지만 실은 그를 일으키신 것이지요. 사실 좋은 선생님은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단지 탁 건드리시지요. 그러면서 그들을 깨닫게 하시는데요. 오늘 독서에도 똑똑한 바오로가 고백하지요. “우리는 또한 끊임없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 여러분이 그것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힘을 알기에 이런 말을 하는데요. 그러면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현재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힘을 무시합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생각하고 노력하고, 실행하는 것만이 으뜸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습니까? 그 사람을 누가 만드셨고 이끄셨는데요. 근원을 알아야 헷갈리지 않는 삶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