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3주간 목요일
요사이 가정이 붕괴되는 현장이 늘면서 면담의 주제도 자연스레 ‘이혼’ 에 관한 사항이 많아졌습니다.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고 소송을 걸고 법정에까지 가는 예도 발생하지요. 얼마 전도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좀 경우가 다릅니다. 세례도 받지 않은 비신자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부인이 신자였기에 관면혼을 받아 결혼했지만 4년 후 이혼을 하게 되었고요. 전 부인이 새로이 결혼을 했지만 교회방식으로 하지 않았기에 교회법적으로는 이전의 결혼의 유대관계는 아직 묶인 상황입니다. 이 때 즈음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천주교 신자들이 연도를 바쳐주면서 정성껏 기도해준 고마움과 현재 본인도 암투병으로 힘들어 하던 차에 성당문을 두드린 것이었습니다. 저도 사연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세례를 받겠다는 말에 대견하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교회법원에서 소송을 걸어 이전의 혼인관계를 끊어야 하는 절차가 비신자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조심스러웠는데요. 그러다 어제 다시 방문하면서 그 계기를 말해주더군요. ‘사실 어제 암투병 하면서 검사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면 여기 오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별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듣고 마음을 바꾸어 소송절차를 밟기로 했습니다.’ 라고요. 비신자에게 다가온 시련을 하느님께서 풀어주시고 계셨는데요.
오늘 말씀도 그런 내용입니다. “번제물을 하느님이 손수 마련해주시는” 모습이 나오고 있고요. 복음에는 중풍병자를 보시며 “일어나 걸어가라” “죄를 용서해”주십니다. 이게 어디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겠습니까? 우린 가끔 가진 생각과 노력으로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그 밑에는 언제나 당신께서 계셔주셨습니다. 보이진 않지만, 쉽사리 느껴지지 않는 그 힘의 존재를 믿으며 의지할 때, 더 큰 것을 만나게 해주시는데요. 오늘도 그런 날 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