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토마스 사도 축일

2019. 7. 3. 오후 10:30:52

글자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우리가 만나고픈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유명하고요. 능력 많고, 눈치와 센스를 겸비하고요. 성격 좋고, 알아서 원하는 데로 해주고.. 등등 따위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 많은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기란 힘듭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요. 그렇다면 교회를 이끌어가는 분들은 어떤 분이어야 할까요?

  예전 제 은사 신부님이시면서 이제는 주교님이 되신 구요비 주교님의 일화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 분을 처음 만난 때는 2001년이고요. 영성 담당신부님으로 만났습니다. 이 분을 통해 기도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자세를 보면서 많은 가르침을 배웠고요.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프라도 사제회의 한국 대표를 지내시면서 가난하고 청빈한 삶을 보여주시며 교구 신부이지만 수도회 신부처럼 지낼 수 있음을 알려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분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건 하시는 말씀이 매끄럽지는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듣기에 좀 답답하게 여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내용이 없는 분은 절대 아닙니다. 말씀 하시려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제가 신부가 된 후, 서초 지역에 있을 때, 이 분을 특강 신부님으로 모셨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고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뒤에서 같이 듣고 있었는데 신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일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역시나 듣고 있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물론 주교님은 신경쓰지 않고 강의를 해나가셨지만, 저는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죄송스럽기만 했습니다. 제가 초대를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지 몰랐던 거지요.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 신부님께서 주교님이 되셨다는 뉴스를 보면서 저는 무릎을 탁치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렇지.. 이게 교회지. 사람들 눈에는 부족하게 보일지 몰라도 하느님은 이런 분을 선택하시는거야 하지만 자신이 잘났다고 여기는 이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데요.

  오늘 독서에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 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사실 기초가 된 주춧돌은 보이질 않고요. 매끄럽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반석처럼 단단한 토대 위에 이루어져 건물을 지탱시킵니다. 축일을 맞이한 토마스 사도도 약점이 있었지만 나중에 체험을 하면서 고백을 하고 삶이 달라지는데요. 물론 우리도 약점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갖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약점을 십자가처럼 지고 나간다면, 우린 오히려 그 약점을 자랑하며 복음을 알리며 그 정신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