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2주간 수요일
뭔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참으로 답답하지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지만 오히려 얽힌 실타래가 더 얽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요. 어쩌면 오늘 독서의 아브람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돌아가는 사정을 보아하니 자신에게 전혀 유리하게 보이지도 않고요. 희망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하느님은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하시는데 오히려 듣는 입장에서는 아직 아들 하나 없는 마당에,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어서 이렇게 따져보지요. “주 하느님, 제가 그것을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아브람은 좋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가진 품성의 묵묵함, 강한 심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요구하신 제사용품을 그는 잘 마련하면서, 혹시라도 제사용품을 다른 맹금류 등이 낚아챌까 조심하며 정성을 다합니다. 그러다가 하느님의 기운이 연기를 통하여 오시고, 이 시간을 통해 주님과 아브람이 계약을 맺게 되지요. 아브람의 이런 신실함은 복음과도 연결됩니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라는 구절입니다. 사실 좋은 나무라도 심었다고 해서 당장에 열매가 맺히진 않습니다. 과수에 따라 3년에서 5년은 걸립니다. 시일과 때가 맞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지요. 비록 그 시일과 때를 내가 조정하지 못하더라도 내 편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건 나 자신을 잘 돌보는 것입니다.
‘자기를 돌본다’ 는 말이 너무 당연하게 보이지만, 실은 많은 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쉽게 표가 나거나 성장하는 것이 보이지 않기에 스스로 지쳐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유행을 타거나 남들이 하는 것들에 눈이 돌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은 후, 맺은 열매를 보면 이런 말씀을 떠올리게 되지요.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분들이십니까? 하느님 아래서 굳은 심지를 잘 다져가며 아브람처럼 충실하고 묵묵하게 여러분들이 하셔야 할 일을 하고 계십니까? 꾸준히 그러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