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4주간 토요일

2019. 5. 18. 오후 8: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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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4주간 토요일

  학생들이 행하는 착각 중에 이런 것이 있지요. 공부에 들이는 시간은 많이 가지고 학원은 몇 개씩 다니고, 독서실이나 카페에서 공부하면 공부가 잘되는 것 같다는 착각입니다. 즉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선생님이 풀어주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공부하는 장소에 같이 모여있다고, 진짜 잘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 분위기에는 참여했을지 언정 자신이 정성껏 몰두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니까요.

  우리도 그렇습니다. 미사 하는 자리에 모여있다고, 기도나 신심단체에 들어갔다고 신앙심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분위기 형성과 도움을 주는 여러 시스템의 협조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겁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같이 모여있는 시간에는 머무름이란 것을 하기 어렵습니다. 모여 있으면서 다음에 해야 할 과정을 계속 해야 하니까요. 그러기에 홀로, 가만히 있는 시간과 장소를 따로 내어서 머무르는 자세가 필요한데요. 그래야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지요. ‘왜 이 말씀이 내게 와 닿았을까?’ ‘왜 이 말씀은 여전히 불편할까?’ 그러면서 나의 감정상태를 보게 됩니다.

내가 느끼는 현재 상태를 보면 1독서처럼 나에게 바오로에게 반박하는 유대인들의 옹골진 상태 인지, 기뻐하며 말씀을 잘 받드는 사람 인지 알게 되구요. 복음에 나오는 필립보가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하는데, 왜 내가 눈 뜬 장님처럼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를 알아갈 수 있는데요. 이 모든 것은 같이 함께 하다가도, 마치 집에서 따로 공부하듯 그렇게 말씀 속에 머물러 볼 때, 나의 현재 신앙상태와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타진할 수 있는데요.

  어쩌면 그동안 여러분이 해 오신 신앙상태는 ‘~~을 했다 수준이었을지 모릅니다. 이것저것 많이 따라는 해보았지만 내 것으로는 만들지 못했던 한계와 아픔을 느낄 때, 믿음의 삶이 행사 위주, 이벤트 위주, 보여주기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히 깊어지는 삶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지금 단체가 예전처럼 활성화 되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예전의 방식을 통해 얻었던 여러 소득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도 존재합니다. 너무 행사 위주로 흘러갔고요. 이건 밖의 세상의 흐름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압축 성장을 이룬 한국의 발전사처럼 교회도 그 모습을 따라했었었구요. 어떤 교우들은 교회를 사회나 집안에서 얻지 못한 것을 본인의 욕망을 채우고자 이용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참으로 위험한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사위주, 보여주기 식이 아니면 무너지고, 사람이 떨어져 나가고, 신명이 떨어지는 것처럼만 여기는데요.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이 시간이 오히려 여러분의 내실을 기하는 시기이길 바랍니다. ‘내실(內實)’ 은 하느님께 머무를 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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