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파스카 성야 미사
기쁨의 인사를 나누겠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천년 전에 벌어졌던 이 순간을 지금까지도 기억하며, 전 세계의 모든 교인은 오늘을 기뻐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기쁨이 벅차오르십니까? 고마움의 감동이 올라오십니까? 아니면 여전히 무덤덤하며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네?’ 정도입니까? 사실 기쁨이나 고마움을 강요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오늘은 왜 이런 것을 기념할까? 에 대해 바라볼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교우분과 면담이나 고해성사를 주다보면 내용을 잘 듣다가, 저 같은 경우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신가요?” 이 질문의 저의는 이렇습니다. ‘내가 그동안 이렇게 살아왔고, 이런 방식을 택해왔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고, 그 방식이 예전에는 먹혔었지만, 이젠 그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도 확인했다면 그럼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라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대다수의 대답은 이러합니다. ‘제가 노력해야지요...’ 노력? 물론 중요합니다. 헌데 노력 안 해보신 것은 아니잖습니까? 기도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 자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듯 노력하고, 시도하고, 절제하는 삶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것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즉, 내 능력 밖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만날 때, 마치 이미 메말라 버린 마른수건을 쥐어짜듯 짠다고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우린 이 미사를 통해 예전과 다른, 참으로 긴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요. 이집트 군사를 피하도록 홍해를 열어주시고요. 답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라며 우리를 초대하시고요. 사람의 굳은 마음을 열어주시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열어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주겠다.”라며 당신이 직접 우리 안에 들어오시겠다고 하고요. 기어이 복음에서는 “무덤에서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 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이겠습니까? “무덤에서 이미 돌이 굴려져 있었다.” 누가 꺼내준 부활이 아니구요. 누가 일깨워준 부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주님 스스로 약속하신 것을 이루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 창조 때부터 사람이 스스로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주님이 역사에 개입하시면서 사람들을 이끄셨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참여하며 체험을 하게 되었고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가 해야 할 역할도 있지요. 노력도 하고, 자기 조절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원한 그 때가 아니라면 어떻하지요? 내가 원하지만 아직 세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하지요?’ 실망하고 좌절하겠습니까? 이른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 지는 알아야, 그에 맞게 일을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우린 흐름에 맞추어 살아야 합니다. 2019년도를 행복하게 잘 살려면, 여기가 지금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현실’ 이라는 곳을 잘 알아야 다리를 뻗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느님은 늘 구원의 때가 언제가 좋을 지 보고 계셨습니다. 예수님도 긴 시간을 기다리며 그것을 당신이 직접 이루셨습니다.
사랑하는 상도동 본당 교우 여러분
앞서 이 미사의 시작을 “그리스도 우리의 빛,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노래하며 시작하였습니다. 그 빛을 우리가 받으며 살 때, 그 빛을 받아들이며, 그 빛을 인정할 때, 우리의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세례서약 갱신식을 통해 다시 한 번 촛불에 불을 밝힙니다. 그 불을 밝히며, 배웠던 대답을 다시 되새기고, 그동안 헤매었던 내 삶을 다시 밝혀주실 것이고요. ‘내가 주님을 왜 믿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예전보다 더 분명하게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린 기쁜 것입니다. 우리를 대신하여 모든 것을 해주신 당신께 감사드리며, 우리가 받은 이 신앙의 자산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더 굳세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당신께, 더 큰 감사와 기쁨의 시간을 바치며 주어진 나의 삶을 잘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