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2019. 3. 5. 오후 5: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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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재의 수요일이며, 가톨릭 성서모임 개강미사)

  오늘 말씀은 1독서에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2독서에 하느님과 화해하여라 라고 들었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이 쓴 수도규칙 머리말에는 어진 아버지의 권고를 기꺼이 받아들여 그것을 충실히 실행하여라 라고 나옵니다. 앞서 하느님께 돌아간다. 화해의 권고를 받든다는 말은 이런 뜻이죠. 사람이 하느님을 거스르는 원죄로 말미암아 주님과 멀어지면서 죽음을 맞게 되었고, 그것을 회복시키고자 그리스도께서 직접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여는 희망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이 기간을 고통의 시간으로만 보지만, 실은 영원한 생명이라는 영광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이 열렸기에 오히려 희망의 길인데요. 그렇다면 당신께 돌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순종입니다.

 오늘날 순종이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순명(順命)’ 이라 번역하고 있지만 단순히 명령에 순응한다는 차원이 아닌, 순종(順從)순순히 따른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럼 잘 따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먼저 잘 들어야 합니다. 순종을 뜻하는 라틴어 오베디엔시아(oboedientia)’는 라틴어 동사 듣다(audire)’에서 나왔고요. 이것이 나중에 영어단어 오디오(audio)가 됩니다. 즉 순종은 잘 들으며 실행할 때 완성됩니다. 그럼 왜 잘 들어야 할까요? 오늘 재의 수요일과 개강 미사에 비추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머리에 재를 얹는다는 뜻은 무슨 의미일까요? 비록 죽음을 통해 먼지로 돌아가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닌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희망이 내포되어 있고요. 그렇게 죽음을 잘 받아들일 때 비로소 주님의 삶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럼 주님의 말씀을 공부할 때 유의점은 무얼까요? 먼저 배우려는 사람은 첫째로 자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가르침을 먼저 따라야만, 혼란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그동안 예비자들을 많이 가르쳐보았습니다. 자기의 기대예상을 버리지 않고 교리를 배우지만, 막상 지녔던 예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결국 부자청년처럼 떠나버리는 사태를 많이 보았는데요. 여러분의 공부도 이와 같습니다. 자기 생각을 버리고, 자기 생각의 무릎을 꿇릴 때, 그 겸손된 자세가 여러분을 참된 삶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사로잡힌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을 그대로 유지하며 듣는다면, 오히려 들은 가르침이 여러분을 더 힘들게 만들 것입니다. 그 힘든 상황이란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온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 같은 말씀이지요. 그동안 해왔던 대로 세상과 사람이 주는 칭찬에 주목하며 산다면 당신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겸손된 순종을 통하여 성부 하느님과 일치되셨듯이, 나도 순종으로 인하여 주님을 닮는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차근차근 주님의 삶에 동참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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