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5주일.

2019. 2. 9. 오후 1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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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5주일. 이사 6,1-8; 1고린 15,1-11; 루카 5,1-11

  예전 사제 서품을 앞두었을 때 일입니다. 부제품을 받고 이제 조금만 있으면 신부님이 된다는 희망이 차올랐을 때, 한편으로 현실적인 걱정도 없진 않았습니다. 현실적인 걱정이란, 여러 준비할 품목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작, 제의, 그 안에 입을 장백의를 포함하여, 봉성체나 고해성사 등, 갑자기 성사를 요청하는 이들을 위한 품목과 물품이 담긴 미사가방 등, 절대 저렴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준비물이 실질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혼잣말로 돈 없으면 신부도 못되는가?’ 하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요. 좀 지나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걱정은 저에게나 신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오히려 당신의 몫을 먼저 선택했기에 뜻하지 않은 여러 협조가 이어졌구요. 그런 걱정을 할 시간에, 오히려 기도를 하며 마음을 잡아왔던 기간이 오늘의 저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 주님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린 천상의 세계를 꿈꾸지만 한편으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에만 목을 매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저의 과거를 떠올리니, 문득 저보다 선배였던 학사님이 중간에 신학교를 자퇴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이 자퇴의 결심을 굳힌 이유는, 갑자기 집안이 기울었기 때문이었는데요. 나름대로 내세운 이유는 있었습니다. 기울은 집안에 본인이 나서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신학교 신부님들과 여러 동료들은 말렸습니다. 물론 집안의 형편이 기울었기에 걱정이 왜 안되겠느냐? 마는, 그렇게 관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며, 이를 부모님께서도 동의하실까?’ 하면서요.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였기에 그는 그의 생각대로 관두고 말았는데요. 이 생활을 몇 십년 해보니, 중간에 관두는 이들이 생깁니다. 오늘 주보에도 인사 이동 소식이 났지요. 저보다 어린 후배들도 그런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르심의 시간을 보내며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를 떠올려 보는데요.

  오늘 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그냥 부르면 안 올 것이 뻔하기에 그야말로 뽄때를 보이십니다. 전날까지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물고기를, 그야말로 그물이 터져라 잡게 해주십니다. 그야말로 어부의 달인들에게 한 방을 날린 이 사건은 오히려 그들을 두렵게 만듭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라고 할 만큼요. 하지만 당신은 일부러 그런 힘을 보여주시며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하십니다. 그들은 결국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나중에 사도로 새로 태어나지요. 2독서는 바오로의 이야기입니다. 바오로도 체험을 통해 사도가 된 만큼, 하느님의 힘이 자기를 통해 어떻게 펼쳐졌는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 의 은총이 한 것입니다.” 하고 말할 정도로 자신있는 증언을 합니다. 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도 그렇습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자, 그는 말하지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하느님의 힘을 이미 내가 알고 있는데, 지체할 필요가 무엇입니까? 라는 뜻이겠지요.

  사랑하는 상도동 본당 교우 여러분.

오늘 여러분이 들으신 말씀과, 예전 제가 체험한 고백을 통해 이제 명확해지셨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은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이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즉 우리 안에는 늘 불안함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말씀을 들었다면, 우리가 걱정만 할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힘이 우리 안에서 늘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을 믿는 행위를 신앙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뻔히 보이는 것을 믿는다라고 말합니까? 보이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여러 체험을 통해 우리를 힘내게 만들어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분을 체험했다면, 기적이란 것이 현실에서부터 이뤄진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현실이 우리를 누를 수는 있어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기에 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주님을 통해 현실을 이겨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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