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주간 수요일. 히브 10,11-18; 마르 4,1-20
제가 아는 열심한 어떤 자매님이 있습니다. 재속회도 하시는 그분이, 얼마 전 개인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30일 피정을 하고오신 모양입니다. 한 달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꼼짝없이 한적한 피정의 집에서 지내면서, 하루 5-6개의 묵상꺼리를 받고서 하느님의 사랑부터, 예수님의 전 생애를 묵상합니다. 당연히 담당 신부님과 매일 면담시간을 가지면서 기도가 잘되는지 체크를 받습니다. 그 시간이 끝난 후 제일 먼저 털어놓은 말은 이거였습니다. ‘저 엄청나게 혼났어요~’ 저도 해봐서 압니다. 무슨 소리인지를요. 이 기도는 자기 심성의 밑에 깔려있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정하면서 가야하는 기도입니다. 자신을 속이거나,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머리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당연히 솔직해져야 하고요. 보고 싶지 않아도 그 현실을 인정해야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밑바닥을 인정해야만 그분과의 합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렵지요. 그냥 시간 때우며 기분 좋게 하는 기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걸 경험하신 분들은 힘들었지만 끝내 참된 기쁨의 시간을 만나시던데요.
오늘 말씀에 이런 것이 나왔습니다.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비유로만 다가간다.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여 저들이 돌아와 용서받은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이 말씀이 순간적으로는 사람을 차별하는 듯 보이지만 그런 게 아니지요. 대다수가 진실을 보기 힘들어 하고요. 보아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말씀이 돌밭에 뿌려진 것은..그들은 말씀을 들으면 기쁘게 받는다. 그러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말씀이 가시덤불 속에 뿌려지는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밖의 여러 가지 욕심이 들어가 그 말씀의 숨을 막아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여러분도 이게 무슨 말씀인지를 아시지요? “나는 그들의 마음에 내 법을 넣어주고 그들의 생각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하셨지만 문제는 주님의 말씀을 듣기에, 내 안에서 무엇이 걸림돌이 되기에 그 말씀이 깊이있게 스며들지 못하는 지를 파악하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게 뭔지를 알 때, 나는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데요.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는 본인이 위안부 생활을 했었음을 세상에 알리면서 오히려 가족과는 등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자기를 찾고 싶었기에 그렇게 하셨지만 오히려 쓸쓸해졌음을 체험하셨기에 힘드셨답니다. 하지만 우린 알지요. 그분의 용기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요. 우리의 과거도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그 걸림돌이 보기 싫고, 인정하기도 싫고, 떠올리기도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봐야 합니다. 그리고 대면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린 치유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들은 말씀이 결국 열매를 맺는 삶으로 나아가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