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4주간 목요일. 묵시록 18,1-19.9;루카 21,20-28
어느 정도 나이가 차고, 머리에 서리가 앉게 되면,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겸 그동안 이룬 성과와 업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것을 남이 보기에 대단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남의 평가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뿌듯함에 자부심을 느끼는데요. 그런데 쌓아 놓은 결과물이 여전히 평탄하게 흘러간다면 좋으련만.. 문제는 세상의 변화로 무너져버린 자신을 발견합니다. 경제의 위기나, 정치의 변화, 유행이나 시류의 이동으로 마치 무너진 듯 한 모습에 힘들어 할 수 있는데요. 오늘 복음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그 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뤄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기도하다 보면 느끼는 게 있습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내 그릇이, 마음 씀씀이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허탈함입니다. 참 실망스럽지요. 배운 것과 아는 것은 그럴 듯 하지만, 실상 실천하지 못하는 나의 상태를 바라보면 어떨 때는 참담하기조차 한데요. 하지만 그렇게 무너져버린 나를 볼 때, 나의 무능을 인정할 때, 이는 더 이상 실망의 시간이 아닌, 진정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고해성사를 볼 때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인정하듯이 말입니다. "실은 제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라고요. 그렇게 할 때, 그렇게 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는데요.
독서에 나오지요. “알렐루야 구원과 권능은 우리 하느님의 것. 과연 그분의 심판은 참되고 의로우시다.” 그분의 참됨과 구원을 알고 싶다면 복음처럼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는 말씀처럼, 그저 피하려고만 들지 말고 우리의 한계와 약점을 제대로 봐야겠습니다. 나무의 잎이 다 떨어져야만 새로운 잎을 만날 수 있듯이, 가지고 있던 잎들을 잘 떨구고, 부활의 새로움으로 갈아입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작은 또 다시 다가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