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3주간 주일. 다니엘 12,1-3;히브 10,11-18;마르 13,24-32
어느 곳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아이들이 길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하느님은 계시고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말을 합니다. 이에 다른 아이는 신은 없다고 말하면서 천국과 지옥 같은 것은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대꾸합니다. 아이들의 옥신각신하는 대화를 우연히 듣던 한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합니다. ‘음.. 다들 하는 말에 일리는 있네. 헌데 말야? 사람은 결국 다 죽잖아? 그렇게 죽고 보니까.. 하느님이 없고 천국과 지옥도 없으면 그동안 믿고 살았던 시간이 후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배운 가르침대로 남도 도와주고 착하게 살았으니까 큰 손해는 아니지.. 그런데 반대로, 죽고 보니까.. 하느님이 있어. 천국도 있고 지옥도 있어. 이러면 어떻게 해?.. 이미 죽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돌릴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하느님을 믿는 게 안 믿는 것보다 나아..’ 여러분도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오늘 말씀은 어쩌면 상당히 불편하고 추상적이며, 별로 여러분에게 와닿지 않는 말씀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있습니다. 그건 누구도 죽음에 대해 예외인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모두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입니다. 그런데 다들 ‘나는 예외’ 이길 바라지요. 그 죽음이 남에게나 해당되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라 여기고, 설사 내게 죽음이 오더라도 지금은 아닐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 속에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이 영원한 것은 찾지 않으면서 살려고 하는가 봅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도시인들이기 때문에 겪는 한계가 하나 있습니다. 그 한계란 계절의 흐름을 잘 읽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때에 맞춰서 옷을 바꿔 입고요. 피어나는 꽃의 종류를 보면서 날씨와 계절이 달라지는 것을 알긴 합니다만, 그래도 자연과 벗하며 사는 이들보다는 둔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 지, 본인의 인생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 지 헤아리는 정도가 둔한 편인데요. 그래서 복음에 이런 말씀이 나왔습니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우리 신앙인들은 하려는 일도 상황과 때에 맞춰서 하는 사람들입니다. 마치 하느님이나 예수님이 아무 때나 일을 하신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다가온 상황 속에 맞는 일을 해나가야 하는데요. 예전 제가 신부된 지, 3년이 되던 때에 식사 도중 갑자기 주임 신부님께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있잖아요 신부님? 제가 신부된 지 얼마 안 되서 지금 열심히 사목을 하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주님이 재림을 하시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야말로 신부된 지 얼마 안되었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오시면 저는 그때부터 실업자가 되면서 할 일이 없어지기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그런 저의 질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신 할아버지 신부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신부님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주교님이 걱정할 문제에요. 우리보다 급한 사람은 주교님들이니까, 그러니까 우린,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되요.’ 명쾌하지 않습니까? 사실 갑자기 닥친 문제에 대해 고민할 분들은 바로 그분들이시지요. 그러니까 어떻게 될지 고민하느라 시간 허비하지 말고, 지금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낼 때 참 행복은 찾아올텐데요.
사랑하는 상도동 본당 교우 여러분
예수님의 삶을 통해 우린 죽음이 오더라도, 죽음으로 끝나는 인생이 아니라 계속 주어지는 영원한 생명을 약속받았음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현명한 이들은 창공의 광채처럼, 많은 사람을 정의로 이끈 별처럼 영원 무궁히 빛나리라” 는 1독서와 말씀과 더불어, 복음에는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는 말씀처럼 예수님과 시작된 신약의 시대, 교회의 시대 2천년과 그 이전 구약시대의 엄청난 긴 역사의 시간은, 당신의 말씀이 이미 참된 진리임을 우린 이미 알고 있는데요. 그러기에 가르침을 받은데로, 잘 믿고 따라야 할 것입니다. 무던히 가르침대로 살아가며 현실에 충실 할 때, 갑작스럽게 그 시간이 다가오더라도 우린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