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3주간 화요일

2019. 3. 26. 오전 7:58:42

글자

사순 3주간 화요일

  현재 자신이 무너져 있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치 민낯을 보여주길 꺼리는 것처럼 이젠 주름이 가득하고, 흰머리가 늘고요. 생각도 그리 부드럽지 않는 것을 커버하고 감추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사실은 이러하다’ ‘현실은 이러하다를 인정한다면 우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데요.

  얼마 전 라스트 미션이란 이름으로 개봉된 영화가 있습니다. 원제목은 ‘the mule’ 입니다. 노새란 뜻도 되고요. 속어로 마약운반책이란 뜻도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인공인 영화는, 제목처럼 마약을 운반하는 노인이 나옵니다. 그도 한때는 잘 나가는 원예가였습니다. 백합을 키우며 밖에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지만, 집에선 하나뿐인 딸의 결혼식도 가지 않은, 일 중독자요. 빵점짜리 아빠, 남편입니다. 12년 뒤, 세상은 인터넷 배송이 발전되면서 그의 농장은 폭망하고요. 가족과 사이는 더 나빠집니다. 그러던 차, 마약 배달의 제의를 받고요. 시킨 데로 잘하면서 그렇게 얻은 돈으로 압류된 농장도 찾고, 손녀 학비 및 결혼식 비용도 지원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얻지 못한 것이 있음을 알면서 읖조립니다. 다른 건 다 살 수 있어도 시간은 못 사겠더구나..’ 일평생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한 것을 뉘우치고 후회합니다.

 오늘 복음의 주된 내용이 남을 향한 용서이지만 실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안타깝게도 사랑, 용서, 배려 등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짜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씀이 나오지요.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사실 우리의 삶은 모든 게 스쳐지나가듯 흘러갑니다. 마음은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만 갑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그것을 잡으며 돌려세우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냥 무심하게 바라만 봅니다. 여기서 오늘의 독서를 보면 3명의 젊은이 중 하나인, 아자르야라는 새 이름을 가진 아벳 느고는 우상숭배를 하라는 왕명을 어긴 죄로 불가마에 떨어져 죽음을 맞게 됩니다. 상황은 안 좋게 돌아갑니다. 이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떤 기도를 할까요? 그는 여기서 지금 저희에게는 번제물도, 희생제물도, 예물도, 분향도 없으며, 당신께 재물을 바쳐 자비를 얻을 곳도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고, 당신을 온전히 따르게 당신을 이름을 영광스럽게 해달라 고 기도합니다. 손에 아무 것도 쥐지 못할수록 오히려 돌아갈 곳이 보이는 현실은 참으로 역설적이기까지 합니다. 안타깝게도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도 비워나갈 때, 참된 곳이 보이겠구요. 그렇게 보인 만큼 한걸음씩 잘 내딛어야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