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 성체성혈 대축일
제가 신학교 3학년이던 2001년. 그전까지 매일 30분 묵상을 해왔던 저는 뭔가 부족하듯 여겨져서, 묵상시간을 1시간으로 늘렸습니다. 일단 집중하기가 어려웠고요. 제대로 기도하는데 30분은 생각보다 너무 짧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정된 시간인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당시 시간 내기가 가장 좋았던 그 시간을, 항상 감실 앞에 앉아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기도의 맛도 잘 몰랐고요. 주님의 은총도 뭔지 몰랐었지만, 매일 지정된 시간에 성체를 마주 대하며 몇 년이 흐르자, 이런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과 나는 한 호흡을 나누는 연결체이다. 매일 모시는 성체를 통해 나는 주님 사랑의 의도를 깨닫는다. 그러면서 주님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바라시는 지 알게 된다. 당신의 의도를 읽을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비록 현실은 녹록치 않아도 나는 사람과 주변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결책을 찾으며 기쁨의 시간을 맛본다. 주님의 허락하신 몸과 피를 모시며, 예수님이 현실을 이겨나가신 방법을 배우고 그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아니한가?’ 는 깨달음이었는데요.
여러분은 저의 이 느낌에 공감이 가시는지요? 학창시절과 다르게 제 현실은 그다지 계획적이지 못합니다. 갑작스런 성사와 면담 요청, 그리고 방문을 하는 현실 속에서 지정된 시간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당신의 의도를 잡아내는 감각은 예전보다 날카롭고 예리해졌음을 느끼는데요.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매일, 혹은 매 주 모시는 성체를 어떻게 여기며 받아 모십니까? 단순히 ‘성체를 모셔야 미사 참례한 것 같다’ 거나 ‘남들이 다들 영하니 준비가 안되어도 모셔야 한다’ 고 여기는 분들이라면 오늘 대축일의 의미를 모르는 참으로 안타까운 분들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까요?
예전보다 풍요로운 물질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가난하고 허한 영혼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셨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가진 손을 풀지 않았고요. 자기의 주머니를 꼭꼭 싸매는데 바쁩니다. 여기서 누군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놓으면서, 이를 통해 모두가 가진 보따리를 풀고 나누면서 배불리 먹이시는 기적을 베푸시는데요. 기적이란, 없는 것을 있게끔 만드는 것이 아니지요. 내놓지 않으려는 마음과 손을, 나누게 만들며 변화시키는 것을 오히려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 기억과 체험이 주님과 나 사이의 계약을 이루고, 영원히 기억되는 주님을 체험하게끔 허락하시는데요.
사랑하는 상도동 본당 교우 여러분
여러분도 주님의 생각과 의도를 읽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그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며 더 많은 기도의 시간을 할애하십시오. 한 사람이 가진 생각을 읽고 해석하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하물며 하느님을 알고 싶다면 그보다 더한 절실한 매달림과 간절함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쉽게 포기하지 말고 더 매달리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주님께서는 당신 스스로를 열어 보여주실 것이고요. 그것을 만난 나는 기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