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0주일. 창세 3,9-15; 2고린 4,13-5,1; 마르 3,20-35
성당을 다니다보면 가장 특색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시간에 맞춰서 미사가 거행되고요. 아침 6시, 12시 오후 6시에 맞춰 삼종기도를 하고요. 성무일도 기도도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처럼 시간에 맞춰 행합니다. 어떤 분은 이런 면이 너무 질서있게 보여져서 따분하거나 답답하다고 여기실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질서는 생명을 만들어내지 않지만, 모든 생명은 질서를 만들어 낸다.’ 는 점입니다. 이건 제가 만든 말은 아닙니다. 영성가들이 해오던 말을 인용해봤는데요. 사실 그렇습니다. 모든 생명은 때에 맞춰서 일을 하고요, 잠을 자고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생명을 틔워냅니다. 이런 질서는 서로의 일치와 조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채게 해줍니다. 그래서 질서는 우리에게 선(善)함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차리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악(惡)은 좀 다릅니다. 악의 두드러진 모습 중 하나는 ‘무질서’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마귀는 무질서요, 혼돈입니다.. 마귀란 말은 희랍어로 디아볼로스(diabolos)라고 말합니다. 디아(dia·사이에)와 볼로스(bolos·던지다)의 합성어입니다. 뭔가 사이에 들어가 돌을 던지듯 판을 어그러뜨립니다. 이처럼 마귀는 질서를 어지럽히고 파괴하는 자를 말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앞서의 말을 꺼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1독서의 아담은 먹지말라는 선악과를 먹고나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자, 순간 두려워 핑계를 댑니다. “저 여자가 먹으라고 주기에 먹었습니다.” 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여기에는 솔직함도 선함도 없습니다. 그저 핑계를 대며 도망가기 바쁩니다. 복음도 비슷합니다. 예수님의 여러 기적과 행적을 사람들이 보았지만 들려오는 소문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는 근거없는 소문이 난무합니다. 사실 우리들의 모습도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만들고, 거짓말을 하고요. 없는 말을 지어냅니다. 이러할 때 우린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영은 얼마나 선한가?” 라고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영혼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요. 마태오 복음 5장 37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너희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여라. 그 이상의 말은 악에서 나오는 말이다.” 들어보셨지요? 우리가 좋은 신심을 유지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영혼이 얼마나 선한 방향으로 가고있는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자들 중에서도 자신에게 불리하면 입을 다물고, 감추고, 자기에게 유리한 말을 합니다. 이는 고해성사 중에서도 간혹 발견되기도 합니다. 실상이 이러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정돈할 줄 아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뜻’ 이라는 것을 잘 찾아갈 수가 있는데요. 그렇게 잘 정돈하며 찾아가는 사람은, 오늘 2독서의 말씀처럼 “은총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라는 말씀처럼 나의 삶이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면서 기뻐하게 되는데요.
사랑하는 상도동 본당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본인의 삶을 얼마나 질서있게 잘 정돈해가고 계십니까? 남들에게 보이는 외양은 그럴 듯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마디 나누다보면 그 사람 안에 깃든 것들이 욕심인지 아닌 지가 보이는데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시간은, 나의 상태를 잘 정돈하게 해주고 앞으로의 삶을 잘 걸어가게 도와주는 시간입니다. 이것을 보지 못하는 분이시라면, 지금의 이 미사 또한 괜한 시간낭비로 느낄 수 밖에 없구요. 지금이 무엇이 잘못되었는 지를 모르기에 예전 버릇을 되풀이 할 것입니다. 마치 끊지 못하는 악순환처럼 말이지요. 그러기에 그동안 교회와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우리를 질서잡히게 도와주고, 삶을 정돈시켜주었는 지를요. 그것을 잘 보시면서 앞으로의 삶도 잘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