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2017. 12. 17. 오후 6:43:57

글자

12월 17일. 예레 23,5-8; 마태 1,18-24

  각자의 삶을 살면서 쓰디 쓴 맛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 쓴맛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는 그야말로 피하고 싶고, 거부하고 싶은 것들입니다. 결국 그 통로를 겪고 난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승리를 맛본 희열의 맛인데요.

  제게도 그런 것이 있습니다. 벌써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때의 저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천방지축이고, 계획성 없고, 즉흥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군대에서 뜻하지 않는 인사서기병이란 행정병을 맡게 됩니다. 실시간으로 중대인원을 조사하고, 보초근무짜기 및, 청소구역을 지정하고요. 월마다 월급계산을 하고, 간부들의 뒷일까지 담당했던 그 시간은, 밤을 새는 야근이 일상이었습니다. 결국 몸과 정신이 버텨내지 못했기에 6개월 만에 마감합니다. 그 당시로 보면 실패한 셈이지요. 신학교 때도 그랬습니다. 신학생이란 이유로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한 학기에 레포트가 23개까지 쌓여있던 적도 있었고요. 외부 봉사활동 부탁이 들어오거나, 뜻하지 않는 청소를 시키는 등, 기도 이외에도 여러 단체를 맡기면서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속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신학을 배우려다가 신앙을 잃기 딱 좋은 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씩의 묵상은 잊지 않으며 하다가, 시간이 흐른 뒤, 가만히 보게 되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잊지 않으면서 곱씹어보았습니다. 실상 그 시간은 주님의 뜻하심을 이루는 도구로 쓰시려는 수련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얻게 된 결과물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물 샐 틈 없이 내 할 일을 해나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같이 일하는 협력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분명한 지시와 더불어, 사고가 터졌을 때 도망가지 않고 떠안는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요. 분명 실패했었고, 좌절했었던 시간이었지만, 내 생각으로만 뭉쳐있지 않았기에 나중에 얻은 열매 또한 있었음을 알게 되었는데요.

  오늘 복음처럼 요셉도 작정할 줄 알았고, 생각을 굳힐 줄 도 알았지만 자기생각에만 갇혀있지 않았기에 자기 계획에는 없었었지만 예수님과 성모님을 보호해주는 양부(養父)로서의 역할을 하셨는데요. 분명 그 당시에는 쓴맛이었지만, 후에 달콤한 맛을 안겨주신 하느님의 섭리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안 좋은 것들이 과연 나를 죽이기만 하는 것일까?’ 라고요.

오늘도 주실 그 맛을 잘 헤아려 보시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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