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 대축일. 에제 34,11-17; 1고린 15,20-28; 마태 25,31-46
예전 여러분도 들어보신 이솝 우화 하나를 소개하며 시작하겠습니다. 어느 연못에 개구리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자기들을 통솔해줄 왕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하늘에 대고 기도를 합니다. ‘임금님을 내려 달라.’ 고요. 하지만 하늘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에게는 왕이 필요없으니 그냥 지금처럼 살아라.” 하지만 개구리들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더 큰 소리로 기도합니다. 그러자 하늘은 “그래. 그럼 왕을 잘 모셔봐라” 하며 통나무 하나를 연못에 던집니다. 순간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니, 다들 무서워 떨었습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위험한 것이 없어보였기에 한동안 통나무 위에서 놀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통나무가 아무 말도 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들은 답답하여 다시 요구합니다. “이런 왕은 필요없으니 제대로 된 왕을 주세요.” 하도 조르자, 이번엔“이 새가 너희를 지배할 것이다.” 라며 황새를 보내줍니다. 이를 본 개구리들은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저거 봐요. 당당한 저 풍채를, 머리를 높이 쳐든 저 모습이야말로, 참된 임금님의 모습입니다! 저 분더러 우리를 지배해 달라고 하자.” 하면서 가까이 다가갑니다. 하지만 황새는 다가오는 개구리들을, 보는 족족 잡아먹는데요. 그것을 보던 원로급의 개구리는 말합니다. “아아 그냥 만족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며 후회하다가 모두 잡혀 먹혔다는 이야기... 다 아시죠?...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구약성경에도 나옵니다.
임금을 달라고 외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은 사무엘을 통해 말씀합니다. “왕이 너희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알려주겠다. 그는 너희 아들들을 데려다가 병거대나 기마대의 일을 시키고, 천인대장이나 오십인 대장을 시키기도 하고, 그의 밭을 갈거나 추수를 하게 할 것이며, 보병의 무기와 기병의 장비를 만들게도 할 것이다. 또 너희 딸들을 데려다가 향료를 만들게도 하고, 요리나 과자를 굽는 일도 시킬 것이다. 너희의 밭과 포도원과 올리브 밭에서 좋은 것을 빼앗아 자기 신하들에게 줄 것이며, 곡식과 포도에서도 십분의 일 세를 거두어 자기의 내시와 신하들에게 줄 것이다. 너희의 남종 여종을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좋은 소와 나귀를 끌어다가 부려먹고 양떼에서도 십분의 일 세를 거두어갈 것이며, 너희들마저 종으로 삼으리라. 그 때에 가서야 너희는 너희들이 스스로 뽑아 세운 왕에게 등을 돌리고 울부짖겠지만, 그 날에 주님께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으실 것이다." 사무엘이 이렇게 말해 주었건만, 백성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왕을 모셔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집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임금은 과연 어떤 분입니까?
오늘은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 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예수님을 우리들을 이끌어주실 구원자요, 메시아요, 임금님이라고 진정 생각하십니까? 헌데 어떻하지요? 우리는 이미 다 압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요. 어떻게 출생하셔서 어떻게 사셨는지를요. 비천하고 가난하게 구유에서 태어나셨고요. 가나안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사셨습니다. 제자들을 거닐고 가르쳤다지만 방랑설교가로서 스펙도 쳐주지도 않았고요. 십자가형이라는 사형을 받아 죽음을 당하신 분입니다. 그야말로 별 거 없는 인생처럼 보입니다. 헌데 여러분은 이런 분을 왜 믿으려고 하십니까? 우리보다, 나은 것도 없어 보이는데요. 겉으로만 보더라도 그 분은 참 초라한 인생처럼 보입니다.
사실 우리도 그럴 듯한 지도자를 원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들을 경제적으로 배불릴 수 있는 지도자, ‘부국강병’ 의 길로 인도할 지도자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지도자를 뽑았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를 살아본 후, 무언가 보이는 것도 생겨납니다. 과연 지금 무엇이 남았습니까? 그 지도자들이 우리를 잘 다스린 줄 알았는데, 왜 우리의 삶이 이렇게 되었지요? 왜 흙수저 등의 계급론을 말하지요? ‘개천에서 용 난다’ 는 이야기는 이제 전설에서나 있을 법하다고 말합니다. 이제 무엇이 필요할까요? 점차 교회에도 역사가 커가고, 정권도 바뀌면서 우리들의 의식도 성장해 갑니다. 예전에는 ‘나라가 시키면, 교회가 시키면 그렇게 하자!’ 하면 비판없이 따랐습니다만, 지금의 교인들은 예전보다 더 나은 것을 제시할 줄 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선하심을 배웠기 때문이지요. 독서에 나온 하느님은 “잃은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주겠다.” 하시고요. 예수님도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말씀합니다. 즉 하느님은 언뜻 생각하기에 안될 것처럼 여겨지던 것을 더 선한 방향으로 해내시는데요
사랑하는 개포동 본당 교우 여러분
우리들의 임금님은 비록 가난하게 사셨지만, 당신이 가진 힘과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이들을 찾아내고, 도와주며, 제대로 일하셨는데요. 주님께서 그렇게 사셨기에, 우리도 당신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당신이 보여주신 가난의 힘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위해 나누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가르침을 배웠다면 그 가르침을 통해 배운 선함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실 예정입니까? 예수님처럼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국민을 위한다면서 결국 자신을 위했던 그들처럼 사시겠습니까? 이제 선택만이 남아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