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8주간 금요일.

2017. 10. 19. 오후 11: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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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28주간 금요일. 로마 4,1-8; 루카 12,1-7

  신부님이 들어가는 고해성사실에는 몇 개의 도구가 있습니다. 종이와 펜...그리고 몇 개의 안내지와 휴지입니다. 휴지는 가끔 우시는 분들을 위해서고요. 안내지는 가끔 특별한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고요. 종이와 펜은 그 날 성사 보러 오신 분들의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성사생활을 얼마나 하고 계신가? 를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고해내용은 절대 적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같지만, 더 정확히 말해서 고해 내용을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억하지 않기에 누설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인간적으로 가끔 충격적인 사안의 내용도 있긴 하지만, 감사하게도 고해실을 나오면 주님께서는 저희를 망각의 늪으로 인도해주십니다. 물론 병원에서는 그러면 안됩니다 .의사에게 환자의 주요 사안이 적힌 차트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야 계속적인 치료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린 다릅니다. 용서해주고 잊습니다. 그것도 깨끗하게.. 그래서 이사야 1,18너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어지며 너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 나오지 않습니까?

  오늘 독서가 그랬습니다. "행복하여라, 주님께서 죄를 헤아리지 않으시는 그 사람" 이것을 여기서는 '죄를 헤아리지 않는' 으로 표현했지만 직역으로 풀이하면 죄를 천상의 책에 기록하지 않는다 라고 되어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무엇이 떠올려지십니까?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들이 떠오르시지 않습니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실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었음을 말입니다. 얼마나 헛된 기억을 많이 합니까? 서러운 거, 상처입은 거, 손해본 거, 아쉬운 거 등을요. 나만 홀로 간직한 그 기억이, 오히려 나를 더 아프게 만들고,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걸림돌이 되어 더 나를 옭아맵니다.

  원래 사랑은 어려운 것입니다. 사람자체가 원래 완전하지 않기에, 자기만 생각하기에, 같은 걸 보더라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기에 말입니다. 불완전한 결점투성이의 사람을 사랑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우리가 그러한데 당신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면서 진정 두려워해야 할 분, 경외해야 할 분이 누구임을 알려주시면서 남은 삶을 제대로 살기를 원하시는데요.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시고 잊으시는 분께 감사드리며 나도 상대방의 허물을 그렇게 덮어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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