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일.

2017. 11. 4. 오전 11:14:03

글자

연중 31주일. 말라키 1,14-2,10; 1테살 2,7-13; 마태 23,1-12

  예전 어떤 교우분이 면담을 하다가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제게 돈을 빌려달랍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몰라서 애만 태우는데요. 어쩌면 좋을까요?’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생깁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거나, 또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부탁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해줄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한데요. 그 때 저는 이렇게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저도 그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려봅니다. 일단 줘보십시오. 그러면 곧 어떤 사람인지 드러날 것입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가 괜찮다면 우리가 바라는 예상대로 할 것이고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입 닦고 잠적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 나는 그 사람을 잘 모른다.” 는 데 있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일단 원하는 것을 줘보십시오.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 그 사람 스스로가 직접 답해줄 것입니다.’ 라고요.

  사람이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모습입니다. 본인이 아쉬울 때는 온갖 아양을 떨다가, 본인이 만족스러우면 그것을 해준 사람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것은 사람 사이의 문제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도 그러한데요. 자주 듣는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오랜만에 교회에 다시 오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다수 분들이 그래왔습니다. 아쉬울 때만 성당에 오시는...’ 그럼 아쉽지 않았을 때는 어땠을까요? 모든 공덕(功德)을 자신에게 돌렸겠지요. 오늘 말씀이 그런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며 당시 세력을 잡고 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비판하십니다.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건 이렇습니다. 하느님께 무상(無償)으로 받은 것을 다시 돌려드리는 행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본인도 처음에는 알았을 것입니다. 주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기에 그 삶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삶이 평안해지면서 이것이 마치 본인의 공덕인양, 본인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이뤄진 양 여기면서, 감사함과 고마움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요. 그러기에 1독서에 나오는 이야기도 그렇게 진행됩니다. 너희는 나의 길을 지키지 않고,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요사이 전직 공무원의 비리에 관한 뉴스가 많아지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겠습니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첫마음은 그러질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감사한 마음보다는 당연하다는 마음이 커지며, 그 시스템에 길들여졌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위한 생각보다는 본인의 주머니를 더 키워왔습니다. 오늘 복음과 현재의 사태를 지켜보며 저도 남의 이야기마냥 여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도 조심해야 합니다. 장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렇지요. 아쉬울 때는 주님을 찾다가, 평안해지면 기도도 잘 안하고 게을러지는 모습이 보이고요. 아쉬울 때는 자신을 낮추며 부탁을 하지만, 평안할 때는 심드렁하게 이웃을 바라보는 현실이 빚어지는데요. 그렇다면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개포동 본당 교우 여러분.

  2독서의 말미에 이런 말씀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 여러분이 그것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이 신자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통해 말씀이 선포되지만 그것을 섭리하시는 하느님을 느낄 때, 우린 나만의 생각에서 탈피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변화가 이루어짐을 본인이 느껴갈 때, 나는 평안한 중에서도 참다운 사랑을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안에서 그런 힘이 솟아나오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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