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송년미사. 민수 6,22-27;갈라 4,4-7;루카 2,16-21
이번 년도도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올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가 어떤 해였던가를 굳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살아온 한 해를 꼽아 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나의 마음과 행동이 어디로 기울던 한 해였습니까? 올 한해, 시간과 돈을 어디에 썼던 날들었습니까? 솔직히 사람으로 살다보면 매번 우리의 한계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런 한계와 유혹을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지금부터 20여년 전인 1995년도에 개봉된 모건 프리먼과 브래드 피트가 나온 ‘세븐’ 이란 영화가 있였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 지역에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사건의 범인은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일곱 가지 죄악인 ‘칠죄종’ 을 저지른 사람을 골라서 살해하합니다. 칠죄종이란 교리적으로 이런 뜻이지요.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능동적인 뜻에 따라 지은 모든 죄’ 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의 죽을 죄’ 를 일컫습니다. 이 교리는 6세기 경, 교황 그레고리오 1세 때 선포되었습니다. 그 일곱 가지란 다음과 같습니다. 1)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행위로, 다른 죄로 기울게 만드는, 하느님이 제일 싫어하는 죄인 교만, 2) 이유나 목적 없이, 세상 물질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가난한 사람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면서 부정축제의 자세로 사는 인색, 3) 성적 쾌락을 무질서하게 추구하고 즐기는 것으로, 사랑과 생명의 신비를 더럽히며 참 사랑의 능력을 잃게 만들고 하느님을 멀리하는 호색, 4) 보복하고자 하는 무질서한 욕망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기와 반대되는 것을 없애버리려는 그릇된 욕망인 분노, 5) 음식을 과도하게 탐하며 인간의 품위가 하락시키면서 그로인해 정신력의 약화, 게으름, 건강 상실 등을 초래하는, 탐식 6)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것으로, 다른 이가 잘 되는 것이, 마치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며 싫어하는 질투, 7) 어려운 일을 피하고 싫어하여, 본분상 해야 할 일도 하지않는 게으름으로 무기력, 시간낭비, 선행의 기피, 정신 산만 등을 초래하는 태만이 그것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형사인 브래드 피트는 사건을 조사하다가, 범인에 대한 분노에 휘말려 그만 자기 손으로 범인을 죽이고 맙니다. 하지만 이는 범인이 바라던 바였지요. 형사가 법의 심판대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행동으로 자기를 응징해주길 바랬으니까요. 결국 형사 자신이, 범인과 수사를 하면서 ‘보복이라는 분노’ 에 말려들어갔던 셈인데요.
사실 그렇습니다. 악한 것을 이기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그것이 뜻대로 안되는 경우 중 하나가, 더 선한 방법을 통해서 현실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방법, 보다 효율성이 좋은 방법을 택한답시고 하다가 오히려 더 악한 것에 휘말리는 경우를 봅니다. 악마는 자신이 위기에 몰릴 때조차도 우리를 꼬드깁니다. 그럴 듯한 방법인 양 위장을 잘합니다. 앞서 영화의 경우도 자신이 직접 범인을 ‘응징하는 방법’ 이 더 그럴 듯하게 보였겠지만 이는 오히려 악을 끌어들이는 경우였는데요. 그러기에 우린 이러한 경우를 만날 때마다 살펴봐야 합니다. 내가 해결해왔던 방법이 과연 주님에게서 오는 방식이었는 지, 그저 내 맘에 후련하고 시원한 것에서만 초점을 맞추었는 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훈련이 되지 않는다면 예수님께서 직접 사람이 되어 오신 성탄이 내 인생에 왜 절실한 지, 성모님의 전구가 왜 필요한 지를 못 알아듣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오늘 말씀을 통해 살펴봅니다.
오늘 1독서에는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그 복을 내가 받아야 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복을 받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2독서에는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버지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주셨습니다.” 그분이 주셔야 가능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복음에서는 성모님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하느님의 뜻이 무언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가끔씩 떨어뜨려 놓고 되새길 때, 나중에서야 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개포동 본당 교우 여러분
올해를 마감하면서 깨닫게 되는 점이 있다면 우린 시간과 공간에 갇힌 이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내일이면 2017이라는 새로운 해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주어진 계절과 상황에 맞추어 살아야만 합니다. 신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린 나 스스로 죄를 씻어내고 예전과는 다른 나로 살기가 쉽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실이 한편으로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구원의 약속만이 우릴 살려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 것을 잘 벗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