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1주간 목요일 .필리피. 3,3-8ㄱ;루카 15,1-10
나이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인 신동엽은 1967년에 쓴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를 남깁니다. 여기서 말하는 4월은 우리가 아는 4.19를 말하는 것이었죠. 반봉건, 반독재를 부르짖으며 붙잡혀 갈 것을 각오하며 외치던 그 노래는 곧이어 다시 군부독재정권이 들어서게 되고요. 시 발표 후 2년 후 그는 숨을 거둡니다. 살아있을 당시 상(賞) 한 번 타 보지 못했고 나중에야 그의 시비(詩碑)가 세워지긴 했지만 그가 꿈꾼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요?
오늘 주어진 말씀에서 우리의 껍데기와 실체를 바라보게 됩니다. “벤야민 지파 출신, 히브리 사람으로, 바리사이로, 율법으로 따지자면 흠잡을 데 없는” 스펙을 자랑하던 바오로였으나 그는 그리스도를 아는 가치 때문에 모든 것을 거두고 버리는데요. ‘남이 알아주는 나’ 와 ‘진짜 나’ 와의 차이를 알았기 때문이었겠지요. 세상을 이미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실력으로, 가진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야 세상을 제대로 사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가지기 위해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정리하고 버리는 모습은 복음에 나온 회개의 정신일 것입니다. “의인 아흔 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일단 본인이 제일 기쁠 것이구요. 이를 훈훈하게 지켜보는 이웃들, 나를 내세우신 하느님께 보답하는 길일 것입니다. 가짜에 놀아난 세상에서 우린 나 자신부터 챙겨가야 하겠습니다. 진짜를 챙기고, 껍데기에 눈 멀지 않을 때, 마치 무릎꿇은 고해소에서의 자세처럼 나 자신을 순순하게 인정한다면 하느님은 기뻐하시고 우린 새롭게 부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껍데기의 나를 죽이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따를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취하지 않고 명민하면서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