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예전에 읽은 시 하나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아끼지 마세요’ 입니다.
아끼지 마세요..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시인은 앞에 놓인 사람과, 물건들과 마음껏 즐기라고, 아끼지 말라고 말을 하였지만.. 오늘은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2년 전 세례를 받고, 올 6월에 견진을 받아 새롭게 잘 살려 했던 스콜라스티카 자매는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시간은 충분했건만, 더 같이 함께 잘 할 수 있었건만, 그만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이고, 한 번은 만나야 하는 죽음이지만, 한 달 전, 갑작스레 다가온 사건으로 인해 손을 쓸 수 없던 상황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합니다.
비록 당신은 이렇게 가시지만.. 이미 우린 약속 하나를 받았었습니다. 하나는, 그동안의 가르침을 통해 들었듯이, 이것으로 끝나는 삶이 아니라, 부활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는 희망으로 연결된 과정이라는 사실이구요. 또 하나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우리들이, 같은 시간대에서 살면서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이며, 어떤 이유도 이것보다 더 우선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너무 아프지만, 너무 힘들지만 우리에겐 가족들이 여전히 남아 있구요. 스콜라스티카 자매님께서도, 남아있는 가족들이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고 더 사랑하기를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같이 함께 해주신 교우 여러분께서도 유가족분들을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주님... 김인기 스콜라스티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내리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