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4주일.

2016. 9. 10. 오후 12:59:16

글자

연중 24주일. 탈출 32,7-14; 1티모 1,12-17; 루카 15,1-32 *

  벌써 몇 년 전에 저에게 벌어졌던 일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때는 며칠 전부터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고 우울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유를 잘 모를 정도였기에 참 힘들었는데요. 물론 교우들 앞에서는 내색은 할 수 없었고요. 그냥 평상시처럼 여러 일은 해야 했고, 예정되고, 약속된 일도 하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기력했었지요. 그러다 본당에 돌아오던 중, 성당 근처 지하철역에서 본당 청년을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도 뜻하지 않게 저를 보았는데요. 그러자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좀 털어놓아야겠다고 말합니다. 역과 성당 거리는 7분 정도의 거리였고, 거기서 그 친구도 자기 집으로 가야했기에 빠른 말투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 는 말처럼, 저를 보았으니 고민 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때 제 상황은 이야기를 들어줄 만한 마음상태가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7분 정도를 이야기를 했고요. 나름 만족한다는 투로 고맙다며 헤어졌습니다. 지금도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리고 저도 무슨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후 발길을 성당으로 옮기면서 이런 말이 제 머리를 때렸습니다. ~ 맞다. 나 이런 거 하는 사람이지..’ 나라는 사람은 자기 문제에만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라, 교우들의 말을 들어주고, 상황을 알아보며, 그들이 더 나은 상태로 가게끔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오히려 이 당연함을 잊고 있었기에, 내 문제에만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거기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청년에게 고맙다고 직접 말은 못했지만 미사와 기도 중에서 기억하곤 있는데요. 그 사람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셨으니까요.

  오늘 복음에서는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 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을 살면서 회개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깨닫고 체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회개가 어떤 때는 아픔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쁨이 되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2독서의 바오로 그랬습니다. 나는 전에 그 분을 모독하고 박해하던 자였습니다. 나는 그 가운데 첫째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내가 믿음이 없어서 모르고 한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바오로 그 자신도 처음에는 몰랐었고요. 자기가 부여받은 사명을 이행해야 한다고만 여겼기에 그렇게 행동했었고, 거기서 자기가 하는 일에 명분을 찾았겠지만 이제 진실을 알면서 고백합니다. 나는 첫째가는 죄인입니다.” 라고요.

  젊은 시절, 방탕한 시절을 겪고 고백론을 쓴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님도 이런 말을 했지요. 늦게서야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예스럽고 그토록 아름다움이신 당신을 늦게서야 사랑했습니다. 보십시오. 당신은 내 안에 계셨으니 나는 밖에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밖에서 찾으려고 했으며 당신이 만드신 사랑스런 피조물들로 나의 마음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그것들 때문에 나는 당신을 찾지 못했지만 그것들은 당신의 힘이 없이는 전혀 살 수 없을 것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밖에서 번쩍거리는 화려함에 눈이 팔려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나를 나로 만들어주신 당신이 심어주신 본질을 다시금 깨달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사실을 우리 곁에서, 나의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우리가 명절을 가까이 앞둔 이 마당에, 오늘도 주일미사에 와 있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다시금 깨닫고 회개하면서, 더 잘 살기위한 염원이, 여러분을 이 자리에 오게 한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선물로 주신 가족들과 더 잘 지내기 위해 명절도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기에 이 회개의 정신은, 나 하나로 끝나면 안됩니다. 1독서에 하느님과 모세의 대화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상숭배를 하는 백성을 보고 하느님은 진노하십니다. 이에 그들에게 내 진노를 터뜨려 그들을 삼켜 버리게 하겠다.” 하시자 모세가 애원하며 간청합니다. 어찌하여 당신 백성에게 진노를 터뜨리십니까? 내가 약속한 이 땅을 모두 너희 후손들에게 주어 상속재산으로 길이 차지하게 하겠다. 맹세하신 당신의 종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을 기억해 주십시오.” 하며 말씀을 드렸기에 재앙을 거두시는데요. 우리의 회개는 나 하나로 끝나면 안 되고요. 가족과 이웃에게 퍼져가며 그들을 살려주는 회개의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개포동 본당 교우 여러분

다행스럽게 이번 명절을 맞이하며 서로가 화해할 수 있는 기회는 또 주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셔야 할까요? 가족은 소중하면서도 민감한 사람들입니다. 예전 그들을 소홀히 여겼던 때를 기억하며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하며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