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0주간 수요일
예전에 분도출판사에서 시리즈처럼 50-70페이지 가량의 얇은 책을 펴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컫길 ‘분도소책자’ 라고 불렀는데요. 그중에서 기억난 내용을 전해봅니다. 헌데 이 내용은 본문에 실린 것이 아니라 번역하고 나서 후에 쓰이는 ‘역자 후기’란에 실려있습니다. 번역한 분은 장익 주교님입니다. 이 분이 유학생 시절 당시 은사 신부님의 글을 번역하였고 그러다가 과연 이 분이 지금은 무얼 하실까? 궁금하셨답니다. 알아보니 신학원 원장이요. 교수로 역임하셨던 분이 은퇴 후에 ‘하얀 집’ 이라고 명명(命名)한 집을 지어놓고 이런 규칙을 써 붙여 놓았답니다. 1.이 집엔 ‘죄’ 말고는 다 들어올 수 있습니다. 2. 2층에는 어른이 계시니까 인사드려야겠지요? (이 어른은 감실 속 예수님을 일컫습니다.) 3. 음식은 냉장고에서 꺼내드시고 잠자리는 잘 사용하시면 됩니다. 4. 3층 복도 끝에는 늙은이가 하나 사는데 아는 체 하건 말건 자유입니다.(바로 본인을 가리키신 것이죠.) 한 때 학생들을 호령하며 열정적으로 사신 분이 지금은 은퇴하여 게스트 하우스 비슷한 것을 지어 오고가는 사람을 무료로 대접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셨다는데요.
오늘 말씀이 그런 것을 말해줍니다. 현직에 있을 때, 어떻게 책임지는 자세로 한 사람 한 사람을 껴안으려고 해야 할까? 는 숙제입니다. 독서에서 “불행하여라 자기들만 먹는 이스라엘 목자들” 하면서 양들을 챙기지 않는 그들을 탓하며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목자가 없어서 흩어져야 했다. 흩어진 채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안타까우신 거죠. 그래서 결단을 내립니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주겠다.” 이제 직접 챙기려 하십니다. 복음의 내용은 그렇게 일꾼들을 오전, 오후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품삯을 일일이 쥐어주시는데요.
우리의 역할은 언제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책임지지 않으려는 지도자, 자기 것만 챙기려는 세상에서 누구는 현직에서 열정적이고, 은퇴 후에도 사랑을 거두지 않는 삶이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여건을 탓하다가 주위 사람들을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