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5주일.

2016. 3. 12. 오후 7:11:20

글자

사순 5주일. 이사 43,16-21; 필리3,8-14; 요한 8,1-11

  가끔 우리 스스로 던져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왜 믿는가?’ 하는 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세례를 받고 여기까지 왔지만, 실제로 내 삶이 세례 이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는 질문을 받게 되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성당에 다녔다가, 냉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또 다시 심기일전하여 다시 성당에 다니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신앙을 가진다고 해서 감춰진 불안함이 꼭 없어지지는 않는다.’ 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어떤 때는 더 두드러집니다.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이미 그것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차지하려고 달려갈 따름입니다.” 우리가 성인으로 추앙하는 바오로마저도 다 얻었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달려갈 뿐이랍니다. 여기서 이런 고민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믿는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하고요.

  서양이나 우리나라의 광대들 중에 줄타기의 명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외줄타기를 잘하려면 뭐가 필요한 지 아십니까? 균형 감각이요? 연습이요? 아닙니다. 그 답은 바로 줄이 흔들려야 한답니다. 줄을 타는데 있어서 흔들리면 떨어질까봐 겁이 나는데, 오히려 줄이 흔들려야 한다는 말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줄이 흔들려야만, 그 반동을 이용하여 중심을 잡고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다는데요. 오히려 그렇다면 그 흔들림과 불안함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는 말이 되는데요.

  오늘 말씀들은 불안 불안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독서에서 하느님은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사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에 겁을 집어먹지만 그런 우리에게 새로움의 필요함을 역설하십니다. 2독서에서 바오로는 예전 율법학자였던 자신의삶을 버리고 주님의 사도로 거듭나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도 여깁니다.” 예전 바오로가 얻었던 로마 시민이라는 자리, 율법학자라는 직함도 다 버리겠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복음에서는 부정한 일을 저지른 여인을 용서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 짓지 마라.” 죄를 지었다고 끝나는 인생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주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처음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이런 질문을 받게 됩니다. 세례가 우리에게 무엇을 줍니까?” 라는 질문에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하고 답합니다. 그런데 그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가는 길이 그다지 녹록치 않습니다. 이것도 해야 한다. 저것도 지켜야 한다. 이런 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 등등의 말을 듣지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귀찮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따져보면 이런 것을 알게 됩니다. 규칙이나 규범이 처음에는 사람을 옭아매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규범 안에서 움직이는 법을 알게 됩니다. 마치 외줄 타는 것이 불가능하고 힘들 줄만 알았는데, 수영을 배울 때, 물에 들어가면 무조건 숨도 못 쉬고 어려울 줄만 알았는데, 그 안에서 줄을 갖고 노는 방법을 알게 되고, 물 속에서 몸이 뜨면서 나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방법을 터득하면 처음 느꼈던 불안함이 불안감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감각을 잡아가면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경험하는데요.

  사랑하는 개포동 교우 여러분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신앙인이 되려는 이유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나를 옥죄고 힘들게 만드는 것을 치워주는 하느님이 아니라, 비록 불편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방법을 모색하고, 몸으로 느끼고,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찬 발걸음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을 잘 보이지 않은 미래의 삶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당연히 불안하지요. 그래서 아슬아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미래가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껏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가?’ 를 살피며 가야겠습니다. 예전의 기억속에는, 이미 당신이 심어주신 좋은 씨앗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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