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고린토2서 5,20-6,2;마태오 6,1-18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는 미리미리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요 근래 짐정리를 하는데요. 꼭 필요한 것은 아직 싸지 않고, 일단 덜 필요한 것만을 박스에 넣었습니다. 인사 발령이 나고 오늘,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 내게 있었던 그 물건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사실입니다. 큰 불편이 없으니까요. 매년 2년마다 이동을 하면서 그것을 깨닫습니다. 오늘 사순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을 맞이하며 또 이런 것을 떠올립니다. ‘제대로 살겠다고, 참되게 살겠다고 이 생활을 시작했지만, 또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것을 매달고 살았었는가.’ 를요.
오늘 독서에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그럼 그동안 어디 있었기에 돌아오라는 말을 하시는 걸까요? 2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희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은혜로운 때란 언제일까요? 무슨 특별한 때일까요? 아닙니다. 평상시에서 살펴봐야 하겠지요. 당신은 우리를 항상 생각해 주시는데, 그동안 우린, 자기 문제에만 사로잡혀서 내가 진정 무엇을 붙잡아야 할 지 깨닫지 못했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합리화를 펴며 이렇게 말하지요. ‘다 쓸데있고, 필요한 일이었어..’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2독서에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라는 말씀을 통해, 이제서야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직무에 충실하다고 믿으면서, 실은 병들고 딴 생각을 품고 있던 자신을 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재를 머리에 얹습니다. 죽으면 그저 흙 한줌도 안 되는 나를 바라보며,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따르며 살아야 할 것인가? 다시금 바라보는 사순절의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