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4주간 수요일. 다니엘 5,1-28; 루카 21,12-29
얼마 전 청년 단체 중 하나가, 질문이 있다면서 단원들 모두와 함께 질의 응답시간을 가지게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에 계획적인 방식을 선호하기에 그 날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고, 저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 질문지를 먼저 조사하여 알려달라고 말하면서 한 달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뭐가 바빴던 모양이었는 지, 그 질문지는 제 손에 넘어오지 않았고, 약속의 시간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어이가 없긴 했습니다. 무슨 질문을 할런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답을 달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시작의 말을 던졌습니다. ‘오늘을 위해 준비된 질문을 넘겨받기로 했지만 정작 받지는 못했기에, 제가 지금부터 드리는 답변이 제대로 된 대답이 될런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작해 보지요.’ 단원은 많았고 시간은 부족했기에 먼저 종이 한 장을 달라고 하여 질문을 쭉 들으며 옮겨 적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놀라운 일이 발생되었습니다. 방금 들은 그 질문에 대해 제가 하나도 빠짐없이 대답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자랑이 아니라 체험입니다.
오늘 말씀을 기도하며 그 때 그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물론 한편으로 헤아려보면, 평소 침묵 중에 기도를 하며 묵상을 해 왔기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싶었지만, 즉문즉답을 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거저주심에 대한 감사함’ 이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뭔가를 얻으려면 돈을 내거나, 발품을 팔거나 해야 뭔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면 얻었던 것을 남에게 쉽게 내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고생해서 얻은 결과’ 라고 여기니까요. ‘내 것’ 이니까요. 하지만 정말 여러분의 것만일까요?
오늘 독서에 다니엘은 이렇게 말합니다. “임금님의 선물을 거두시고 임금님의 상도 다른 이에게나 내리십시오. 그래도 저는 저 글자를 임금님께 읽어드리고 그 뜻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니엘의 심경은 이러할 것입니다. ‘나도 주님께 공짜로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저도 거저 내어드리겠습니다.’ 저는 주님 앞에 앉아있기만 했는데 주셨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체험을 하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