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루카 14,25-33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시는 것이, 남에게 무언가를 꿔주고 이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일입니다. ‘그 사람이 갚지 못할 사람은 아닌데 왜 안 주나?’ 하면서 말도 못 꺼내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마천이 지은 사기라는 책에 ‘맹사군 열전’ 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맹사군이란 사람이 호인(好人)이기에 항상 집에 3천명이나 되는 식객이 몰려듭니다. 하지만 식객들을 먹이려면 당연히 돈이 들기때문에 그동안 돈을 꿔간 이들에게 돈을 받기로 결정합니다. 식객 중에 풍환이란 사람을 불러 일을 시킵니다. 그런데 풍환은 꿔 간 사람이 이자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원금과 이자를 갚을 기일을 정했고요. 가난해서 이자를 낼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증서를 불태웁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맹사군은 묻습니다. ‘왜 태웠냐?’ 고요. 이에 풍환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유가 있는 자에게는 기한을 정할 필요가 있지만, 여유가 없는 자는 증서를 보존해 10년을 재촉해도 계속 이자만 쌓일 뿐입니다. 엄하게 독촉하면 도망쳐 버리고 제 손으로 증서를 버릴 터이니, 결국 갚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그들을 계속 조른다면, 맹사군의 이름만 나쁘게 기억될 것입니다. 게다가 위에서는 군주가 이익을 탐하여 주민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아래에서는 주민들이 군주를 멀리하여 부채를 거절한다는 나쁜 이름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소용없는 문서를 불살라서 주민들과 군주가 친하게 되는 것을 막는 일이니 과연 저의 이 조치가 잘못된 것입니까?’ 이에 맹사군은 손뼉을 치며 고마워했다는데요.
오늘은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입니다. 이 분은 1565년에 만든 ‘로마 교리서’를 지음으로 자신의 투철한 책임감을 지니고 열성이, 체계적인 복음선포 방법이 되어 결국 가톨릭 교회의 공식 교리서가 되는데요.
우리들은 매 번 따집니다. 손해보지 않으려고요. 복음에 나온 탑을 쌓는 이야기나, 임금이 전쟁하러 가는 이야기는, 손해보지 않으려는 계산법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계산법은 무엇일까요? 자기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잘 지키고 키우려면, 결국 주님의 계산법대로 해보는 것입니다. 그 계산방법이란 자기 소유를 다 버리는 것, 결국 ‘손해볼 줄 알아야 한다’ 입니다. 마치 풍환이 푼돈 몇 푼 얻으려고 가난한 사람들을 쥐어짜지 않았듯이, 오히려 증서를 태우면서 맹사군의 이름을 드높이게 했듯이, 우리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나갈 때 서로를 살릴 수 있습니다. 기념일 맞이한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님도 교리서를 쓰면서 그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주님의 방법대로 할 때 처음에는 손해 보는 것 같겠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